역사가 스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력적이다. ‘한산: 용의 출현’이 1592년 한산대첩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작품이다. 1592년 5월 조선은 일본의 침략으로 10일 만에 수도 한양을 내줬다. 전라좌수사 이순신(박해일 분)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왜군의 진격을 막기 위한 출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왜장 와키자카(변요한 분)의 부하이자 조카인 사헤에(이서준 분)가 거북선 설계도를 훔쳐 달아나면서 이순신은 위기를 맞는다. 이순신은 거북선 없이 학익진 전법으로 바다 위에 성을 쌓아 왜군을 격퇴할 작전을 세운다.
‘한산’은 조선군과 왜군이 펼치는 치열한 해전을 51분에 걸쳐 스크린에 담아낸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위 날아다니는 활과 포, 충돌하는 배는 전쟁의 리얼함을 더한다. 속도감 있는 전투 신도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 중 하나.
여기에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 등장하는 거북선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전투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실효성 있는 모델을 기준으로 거북선을 제작했다는 김한민 감독의 설명처럼 ‘한산’ 속 거북선은 압도적인 위용을 뿜어내며 활약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박해일은 많은 대사보다 눈빛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묵묵함으로 무장한 절제된 카리스마로 기록에 남겨진 이순신을 표현했다. 변요한도 이에 밀리지 않는 눈빛과 패기로 지략가 와키자카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순신과 와키자카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눈에 띈다.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항왜 군사가 된 준사 역의 김성규, 왜군의 진영에 잠입한 첩자 정보름 역의 김향기, 왜군의 기밀을 빼내는 탐망꾼 임준영 역의 옥택연, 용두(龍頭)를 숨길 수 있는 신형 거북선을 만들어낸 나대용 역의 박지환도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박해일과 함께 조선 수군으로 호흡을 맞춘 안성기, 손현주, 박훈, 공명 등은 영화에 묵직한 무게감을 안긴다.
위기를 극복하고 짜릿한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한산대첩을 담은 ‘한산’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며 지친 국민에게 감동과 위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