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사를 소개할 때 '테크'를 새롭게 강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테크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약자로, 최첨단 IT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워 기업의 지향점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약 두 달 전부터 자사를 소개할 때 '일등 장보기 앱' 대신 '리테일테크'라는 자체 수식어를 사용 중이다. 소매를 뜻하는 '리테일(Reatil)'에 기술을 더한 것으로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덧입힌 소매망이란 뜻에서 '유통 4.0'이라고도 불린다.
식자재 플랫폼에서 출발한 마켓컬리는 산지부터 고객에게 연결되는 가치사슬 전체를 일정 온도로 유지해 전달하는 '풀 콜드 체인' 새벽 배송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식자재의 굴레를 벗어나 가전과 여행까지 외연 확대를 시도 중인 마켓컬리는 '리테일테크'라는 단어를 통해 고도의 기술이 결합한 플랫폼과 물류 시스템을 동시에 장점으로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관계자는 "직매입이 많은 컬리는 데이터 기반의 물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가령 어제 수확한 토마토를 고객에게 다음날 산지에서 배송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에 발주해야 가능한데, 컬리는 한발 앞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리 발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풀 콜드 새벽 배송은 단순한 유통이 아닌 높은 수준의 IT 테크 개발 조직 역량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리테일테크는 이런 장점을 가진 마켓컬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 인테리어 기업 한샘도 지난 4월 중기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리빙테크'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었다. 리빙테크란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종합 인테리어 기업을 표방한다는 의미다.
한샘은 현재 오프라인 인테리어 시공 및 가구 업계 선두다. 하지만 디지털적인 측면에서는 '오늘의 집' 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의 집은 최근 업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리빙 플랫폼이다.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올 상반기에 기업가치 2조원을 돌파했다. 가구업계 1위 한샘과 2위 현대리바트를 합친 것보다 크다.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한샘은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에서도 절대 강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수식어를 뜯어고쳤다. 앞으로 한샘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시공 프로세스 혁신, 고객 경험 혁신, 운영효율 극대화, 적극적 신사업 추진 등을 중점 과제로 잡고 직진 중이다.
한샘 관계자는 "리빙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향후 고도화된 검색 기능을 갖춘 플랫폼을 완성하고, 이를 기존의 설계·유통·시공 역량과 시너지를 내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