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해일이 영화 ‘헤어질 결심’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으로 다시 한번 여름 극장가를 정조준했다.
박해일은 어제(21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인터뷰에서 “기대보다 개인적으로 더 와닿았다”며 작품을 본 뒤 만족스러웠던 소감을 밝히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산: 용의 출현’(‘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4년 개봉 후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량’의 후속작으로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에 이어 김한민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수세에 놓인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이순신 장군 그 자체로 변신했다. 그는 대사나 큰 행위 없이 눈빛, 자세, 표정으로 지장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이었는지 짐작되더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웠던 과거의 시대가 궁금하긴 했다. 항상 우리는 어려웠던 시대를 기억하고자 기념하지 않나. 이 영화도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지 않나 싶다. 이순신이라는 한 인물을 두고 되새겨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노량’도 기다리고 있지만, 꾸준히 이런 인물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여름 무더위에 지치고 문화를 즐기려 하는 휴가철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전제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적 즐거움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
-캐스팅 당시를 회상한다면. “처음에 감독님이 ‘너는 최민식 선배님같은 용맹스러운 명장의 느낌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래서 마음은 편했다. 또 감독님이 ‘젊은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수군들과 함께 지혜롭게 전투에서 승리하는 이야기를 만들 생각이다. 그 부분을 함께 할 때 네가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위인을 해석해야 하는 부분에서 고민했던 지점이 있나. “시대마다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는 톤들이 미세하게 달랐다. 이번 ‘한산’에서는 무인이기는 하지만 붓도 잘 어울리는 군자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 감독님과 충분한 이야기 끝에 그 부분을 부각하려 했다. 그리고 이순신의 모습을 전방에 세워놓지 않는 방식으로, 전투에서 시작해서 전투로 끝나는 것에 집중하자 했다.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과 혼자 있는 공간에서의 고민이 잘 드러나야 학익진이라는 진법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뚜렷할 거고 그래야 전투 장면이 배가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차분하게 캐릭터를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수도 적고 희로애락 감정 표현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자료의 부분들까지 일정하게 가져가려 했다.”
-대사가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포인트를 둔 부분이 있다면. “‘한산’을 촬영하며 감정을 담은 눈빛, 호흡,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도 하나의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연기하는데 기존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있어서 될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적응하는 데 쉽지 않았다. 항상 어딘가에 그림자처럼 이순신의 기운이 묻어있길 바랐고 감독님도 그런걸 염두에 두고 작품을 펼쳐나갔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게라도 나오는 한마디 대사에 있는 기운을 응축해야 했다. 이번에는 강하고 깊이 있게, 한 번에 넓게 전달해야 하는 방식의 연기를 느껴본 것 같다.”
-CG 덕분에 물을 단 한 방울도 묻히지 않고 해상 전투를 촬영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면 전부 그린 매트가 쳐져 있어서 그걸 바다로 산으로 생각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내가 연극을 해야 하는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무대 세팅을 하고 관객들을 맞이하는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그린 매트를) 익숙하게 대하자는 생각으로 하나씩 찾아갔다. 좋은 경험이 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명량’을 통해 이순신을 연기했던 최민식은 “숨이 막힐 정도”라고 했다. “나는 숨이 막힌 것도 아니고 멈췄었다. 여수에 2만 평의 오픈 세트를 지어놓고 촬영하는데 지휘하는 공간에 혼자 서있으면 모든 게 잘 보이더라.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스태프가 나만 보고 있다. 지나가는 주민들도 나를 본다. 부담은 실로 말할 수 없다. 그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나 전 국민이 아는 위인을 연기한다고 하니 최민식 선배님의 말보다 열배, 천배가 되는 기분으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서 있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한산’은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운 ‘명량’의 후속작이다. 수치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나. “역할을 맡게 된 부담이 크다 보니 흥행에 대한 부담까지 고려할 만한 균형감이 없었다. 이제는 그 부분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이 봤으면 좋겠다. 나아가서는 이순신 장군이 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도 노력할 거고 감독님도 그 부분을 감안해서 ‘한산’을 가다듬은 부분도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어느 제독만큼 훌륭한 제독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다. 그런 영화로 알려지기에도 충분한 것 같다.”
-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한산’. 박해일이 생각하는 의란 무엇인가.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그 기질은 다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역사라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의와 불의를 언제까지 가져가야 하는 가라는 숙제도 생긴다. 가슴 아픈 생각일 수 있지만, 승리가 조선에 얼마나 있었겠나. 하지만 세계 해전사에 손꼽힐만한 승리한 전투를 다루는 건 감독님이 늘 외치시는 자긍심 때문이다. 정말 한 번쯤은 필요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민족성도 고려해서 말해야 할 부분이지만 다른 시선과 다른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의와 불의는 모든 세계인이 느끼고 있는 테마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