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진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삼성 제공 안방마님 강민호(37·삼성 라이온즈)를 둘러싼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민호의 후반기 첫 3연전 타율은 0.182(11타수 2안타)다. 팀이 13연패를 탈출한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전반기 0.220이던 타율이 0.218(234타수 51안타)까지 더 떨어졌다.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KBO리그 타격 꼴찌에 해당한다.
강민호는 자타공인 삼성의 주전 포수다. 25일 기준 팀이 치른 88경기 중 48경기(54.5%)에서 선발 마스크를 썼다. 지난해(76.3%)보다 선발 출전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팀 내 입지가 가장 크다. 그런데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져 기용이 적절한지 물음표가 찍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강민호의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0.24에 불과하다. WAR은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안겼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건 그 선수를 기용하는 게 팀에 손해라는 걸 의미한다.
삼성은 강민호의 백업 자원인 김태군과 김재성의 타격 성적이 준수하다. 김태군은 64경기 타율이 0.324(148타수 48안타), 김재성도 31경기에서 타율 0.341(82타수 28안타)를 기록 중이다. 김태군의 WAR이 1.55, 김재성은 0.61.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강민호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출전 기회가 불규칙하다는 걸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다.
객관적 기록만 보면 김태군과 김재성 조합으로 안방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강민호를 1군에서 빼는 게 쉽지 않다. 강민호는 지난겨울 삼성과 FA(자유계약선수) 잔류 계약을 했다. 4년, 최대 36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총 20억원, 인센티브 총 4억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서른일곱 살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개인 세 번째 FA 계약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거액을 투자한 삼성으로선 강민호의 부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된 투자"라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강민호는 올 시즌 1군 엔트리 제외가 단 한 번도 없다. 심각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호세 피렐라(374타석)와 오재일(342타석)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263타석을 소화했다. 삼성은 지난 22일 키움전 9회 김재성이 극적인 동점 2루타를 때려냈다. 팀의 패배 빛이 바랬지만 간결한 스윙으로 타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은 이튿날 경기 선발 마스크를 강민호에게 맡겼다. 김재성은 선발 포수로 나선 24일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경기 출전에 관한 질문에 "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간다"는 애길 자주한다. 강민호의 타격 컨디션을 고려하면 1군 엔트리 운영에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