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다비가 돌아왔다. 재즈와 힙합, 팝적인 요소를 섞은 트렌디한 음반 ‘제네시스3’(GENEZIS3)를 가지고. 빅 나티, 오왼, 홀랜드 등 동료 뮤지션들이 지원사격했다.
‘제네시스3’ 발매일인 3일을 앞두고 다비는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다비는 고통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종교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 현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비에겐 이제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앨범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도 달라졌다. -‘제네시스3’는 어떤 앨범인가. “창세기 3장에 관련된 앨범이다. 약 3년 간에 걸쳐 완성했다. 흑암과 혼돈, 공허가 담겨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앨범을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아티스트로서 공연하고 싶다는 욕구가 꽤 있었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나가고 이제 인생이 좀 풀리나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하나도 못 했다. 그때 좌절감을 크게 느꼈다. 그 시기에 하나님을 제대로 다시 만났고, 그다음부터 계속 하나님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발견한 게 ‘계획이란 게 정말 쓸데없다’는 것이었다. 계획을 버리고 되어지는대로 살자는 마음을 먹었다. 이 앨범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시간 느낀 좌절감이 정말 컸나 보다. “컸다. 이 세상을 떠나려고 했을 정도다. 거기까지 갔기 때문에 사람의 말이나 위로, 성공 같은 다른 요소들은 나를 살릴 수 없었다. 100% 하나님 말씀으로 살았다. 내 인생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 내가 가진 욕심은 큰데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힘은 없다는 자각. 그런 것들이 다 힘들었다.”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성공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더 많은 대중이 나를 아는 것,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는 게 중요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하나님의 말씀을 담은 앨범을 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렇게 인터뷰하는 이 자리도 감사하다.”
-타이틀 곡 ‘플라잉’은 어떻게 정했나. “원래는 ‘그놈의 돈’이나 ‘후 앰 아이’(Who am I)를 타이틀로 하려고 했다. ‘후 앰 아이’는 개인적으로 내가 이번 앨범에서 제일 표현하고 싶은 곡이다. ‘그놈의 돈’은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가장 타이틀 같다고 했던 노래다. 그런데 빅 나티가 ‘플라잉’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플라잉’의 경우 젊은 리스너들이 ‘이거 너무 좋은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침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피처링으로 도와줬으니 ‘플라잉’을 타이틀 곡으로 하자 싶었다. 해외에서는 ‘후 앰 아이’나 ‘아이’(I)를 주력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빅 나티 피처링은 어떻게 성사됐나. “그분이 ‘쇼 미 더 머니’에 나온 걸 봤다. 나이가 어린데도 재즈를 좋아하고 재즈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것 같더라. 그 후에 인스타그램으로 처음 연락을 했고, 이후에 번호를 물었다. 인사만 하고 지내다 이번 ‘플라잉’이 너무 재즈 느낌이라 피처링이 가능할지 물어봤다. 빅 나티가 ‘원래는 너무 바빠서 피처링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런 곡이라면 빠질 수가 없겠다’면서 도와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빅 나티 외에도 피처링진 면면이 화려한데. “홀랜드는 전에 내게 곡 의뢰를 해서 인연이 됐다. 본의 아니게 내가 먼저 도움받는 입장이 됐다. 장지수(꽈뚜룹)는 사석에서 만났다. 랩을 너무 잘하더라. 그때는 지금처럼 랩 잘하는 게 알려졌을 때가 아니라 잘하는 걸 알곤 바로 미리 받아놨다. 오왼은 사석에서 친해졌다. 그때는 내가 프로듀서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을 때라 만들었던 비트를 들려줬는데, 한 곡을 고르더니 30분 만에 가사를 썼다. 그거 그대로 나오게 된 게 이번 앨범의 1번 트랙 ‘다비즈 룸’(DAVII'S ROOM)이다.” -이번 앨범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다 나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노래 속 내용이 다 내 안에 있던 것들이다. 성경에 따르면 말세에 고통의 때가 이르는데,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자랑하게 된다고 하더라. 그 말씀이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던 힘이다. ‘나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세상. 정말 말세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종교적인 색이 많이 드러나는 앨범인데 그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고민을 하긴 했는데 현장에서 느끼게 된 건 사람들이 노래를 들을 때 가사부터 잘 듣지 않더라. 음악이 좋으면 그냥 듣는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나는 기독교를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게 기독교는 생명과 평안이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욕설이 있다거나 죽이네 마네 하는 노래들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듣지 않나. 그런데 ‘예수님은 널 살릴 수 있는 분이야’, ‘네 안에는 생명과 평안이 있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 걸 보면서 하나님과 인간을 분리한 놈이 실존한다는 확신이 든다.”
-리스너들이 ‘제네시스3’를 어떻게 들었으면 하나. “듣고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나는 이번 앨범에서 그저 어둠만을 밝혀놨기 때문에 듣고 ‘어쩌라는 거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살아계시기 때문에 그런 질문들이 이어지다 보면, 예비된 자가 맞다면 하나님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해주는 앨범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