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보급형 LTE 스마트폰 '갤럭시A13'.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최신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13'(이하 갤A13)에 고사양 하드웨어를 십분 활용하지 못 하는 OS(운영체제)를 채택해 의문을 사고 있다. 올 상반기 소비자 불만을 야기했던 플래그십 '갤럭시S22'(이하 갤S22)의 강제 성능 저하 논란을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LTE 전용 갤A13은 32비트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했다. 전작인 '갤럭시A12'(이하 갤A12)는 64비트 OS를 지원했다.
비트는 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최소 단위다. 32비트는 2의 32승, 64비트는 2의 64승만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이론적인 수치라 성능 격차는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64비트가 32비트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추세에 맞춰 모바일업계는 64비트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애플은 2013년 '아이폰5s'를 시작으로 64비트 칩을 넣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2019년 8월부터 64비트 버전 앱 등록을 의무화했다.
컴퓨터에 이어 모바일 부품의 사양이 높아지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도 제대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갤A13은 갤A12보다 사양을 개선했는데도 OS 버전을 하향 조정했다. 두뇌 역할을 하는 AP(중앙처리장치)는 대만 미디어텍의 12나노 'MT6765 헬리오 P35'에서 8나노 삼성 '엑시노스85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램 용량은 3GB에서 4GB로 키웠다.
강력한 스포츠카 엔진을 경차에 달아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22년도에 나온 스마트폰이 맞나" "32비트라 언제 앱 지원이 끊길지 걱정해야 하는 제품" "저가형도 원가 절감 실험 중인가"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에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서 갤A13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코어 점수가 갤A12의 50% 수준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신제품은 전작과 메모리(램) 용량에 차이가 있다. 메모리에 최적화한 환경을 고려해 32비트 OS를 적용했다"며 "제품을 쓰는 데 있어 성능의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램은 AP가 연산할 때 필요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저장소다. 용량이 클수록 업무 효율과 속도가 올라간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관계자는 "64차선 도로를 32차선만 쓰겠다는 건 난센스"라며 "성능을 낮추려면 클럭(연산 속도) 제어 등 다른 방법도 많을 텐데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S22 시리즈에 발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 화질 등을 낮추는 GOS(게임 최적화 기능)를 강제로 넣었다가 뭇매를 맞았다.
당시에는 하드웨어와 OS가 모두 최신이라 소프트웨어로 성능을 제한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OS 자체가 하위 호환이라 손을 댈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