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거포 기대주' 전의산(22)이 첫 고비를 잘 넘겼다. 선구안이 좋아졌고, 멘털 관리는 성숙해졌다.
전의산은 지난 14일 출전한 두산 베어스전에서 괴력을 뽐냈다. 1-1로 맞선 4회 초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곽빈의 시속 149㎞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걷어올려 우측 외야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을 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전한 공식 비거리는 140m. 올 시즌 국내 선수 최장 기록이었다.
장타 갈증을 해소한 한 방이다. 전의산은 7월 24일 두산전 이후 주춤했다. 10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147에 그쳤다. 그러나 6~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2연전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11일 KT 위즈전에서는 적시타와 희생플라이로 2타점을 올리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14일 두산전에서 16경기 만에 홈런을 가동하며 첫 슬럼프를 완전히 벗어났다.
SSG 입단 3년 차 전의산은 '전'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이 부진 덕분에 1군 데뷔 기회를 얻은 선수다. 첫 20경기에서 5홈런 장타율 0.700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상대 팀의 분석과 견제가 심화되는 게 당연했다. 전의산은 그런 상황에서 한유섬을 대신해 '4번 타자' 자리를 맡으며 부담감까지 생겼다.
이 상황에서 기본에 충실했다. 바깥쪽(좌타자 기준)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에 배트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전의산은 "타격 코치님들이 '몸에서 먼 (투수의) 공보다는 가까이 붙은 공을 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해줬다. 바깥쪽(좌타자 기준) 공은 더 집중해 골라냈다. 이제는 (바깥쪽 공이)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비거리 140m 대형 아치를 때려낸 승부가 그랬다. 곽빈이 구사한 초구 직구, 2구 슬라이더는 모두 배트를 내지 않았다. 3구 몸쪽 낮은 슬라이더에 헛스윙했지만, 다시 반대로 빠진 체인지업은 잘 참아냈다. 그리고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몸쪽 낮은 코스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려냈다.
조바심도 다스리기 시작했다. 1군 데뷔 시즌부터 거포 기대주로 주목받았고, 실제로 걸맞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 다가오자, 몸에 힘이 들어갔다.
전의산은 "솔직히 전반기는 홈런을 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장타를 의식하다 보니 공이 배트에 안 맞더라. 지도자 조언, 선배들의 경기를 보면서 '그저 정확하게 스윙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타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 전 SSG 감독 브리핑마다 전의산의 타순이나 휴식 여부가 화두에 오른다. 오랜만에 등장한 왼손 거포 기대주에 야구팬과 현장의 관심이 뜨겁다.
전의산은 "(출전)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 감독님께 감사하다. 중심 타선에 넣어주실 만큼 믿음을 주시고 있어서 더 그렇다. 타순이나 기록(타율)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