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32)은 4년째 두산 베어스의 주전 포수를 맡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경찰청 야구단에서 복무하며 포수로서 기량이 만개했다. 전역 후인 2016년 기존 백업 포수였던 최재훈(현 한화 이글스)을 제치고 '1번 백업'으로 올라섰다. 양의지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그가 빈자리를 채웠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NC 다이노스로 떠난 2019년부터 두산의 주전 포수 자리를 지켜왔다. 공격력에서 양의지와 같은 화려함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견실한 수비형 포수로 인정받으며 4년 동안 3243과 3분의 1이닝(23일 기준·포수 4위)을 소화했다.
주전과 백업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올 시즌 후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성적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타격도 좋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기대치에 크게 미치는 못하는 건 아니다. 타율 0.250 3홈런 3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9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부진(OPS 0.566)에서 탈출했다고 할 만하다. OPS는 2019년(OPS 0.736), 2020년(OPS 0.712)과 비교하면 낮다. 그러나 '투고타저' 현상을 고려한 wRC+(조정 득점 생산성. 리그 평균을 100으로 계산)는 올해 86.8(스탯티즈 기준)로 2020년(90.7)에 근접하다.
문제는 장점으로 평가돼온 수비다. 도루 저지율(26%)도 낮지만, 무엇보다 블로킹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박세혁은 Pass/9(9이닝당 폭투와 포일 개수)이 0.571개에 달한다. 주전으로 뛰었던 지난 3년간 최저 0.348개를 기록했고, 0.4개를 넘긴 적 없던 그다. 백업 시절을 포함해도 가장 높은 수치다. KT 위즈 장성우(0.254개) LG 트윈스 유강남(0.346개) 등 다른 포수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높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이.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감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두산 입장에서는 박세혁을 놓치기도 어렵다. 박세혁은 올해 716과 3분의 2이닝 동안 포수로 출장했다. 첫 번째 백업 포수 장승현의 기록이 143과 3분의 1이닝인 것을 고려하면, 두산의 박세혁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백업 때부터 주전감이라 평가받았던 박세혁과 달리 장승현 등 기타 백업 포수들은 아직 '떡잎'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포수의 시세가 낮지 않은 점이 변수다. 지난해 타율 0.231 OPS 0.711로 부진했던 장성우는 4년 42억원의 계약을 맺고 KT에 잔류했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는 30대 후반 나이에 4년 최대 36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FA 시점에서 박세혁의 가치 역시 높을 수 있다. 올 시즌 후 양의지, 유강남, 박동원(KIA 타이거즈) 등 포수 매물이 동시에 나온다. 이로 인해 박세혁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등 주전 포수가 불확실한 팀도 있고, 주전을 대체하기 힘든 포수 특성상 이적에 이적이 이어지는 'FA 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박세혁을 찾는 팀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