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윤경은 ‘봄날의 햇살’ 그 자체였다. 극 중 최수연보다 조금 더 털털한 분위기의 하윤경은 두 팔 벌려 기자들을 반기는가 하면 연신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하윤경은 지난 18일 종영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 분)의 로스쿨 동기이자 로펌 동료인 최수연 역을 맡았다. 극 중 최수연은 우영우의 천재성과 미숙함에 투덜거리면서도, 회전문을 잡아주고 그의 편에 서며 의협심을 보이는 인물. 하윤경은 특유의 똑 부러지는 말투와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눈빛으로 최수연 역을 완성하며 ‘봄날의 햇살’, ‘춘광좌’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종영 소감은. “아직 촬영 더 하고 싶은데 끝나서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아쉬운 건 이제야 배우들과 찐친이 됐는데 많이 못 본다는 게 아쉽다. 다른 좋은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우영우’의 인기를 예상했나. “웰메이드 드라마로 관심받겠다 생각했는데, 돌풍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위로받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됐다면 다행인 것 같다.”
-시즌2에 대한 생각이 있나. “아무래도 나도 시청자 입장에서 보다 보니 수연이와 민우(주종혁 분)가 사귈 건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수연이가 변호사로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조금 더 궁금하다. 법정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떻게 성장했을지, 프로의식이 생겼을지가 궁금하고 그런 게 재미있을 것 같다.”
-오디션 없이 ‘우영우’에 캐스팅됐다고 했는데.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바로 불러줘서 캐스팅됐다. 그래서 의미 있었지만, 부담감도 컸었다.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나는 수연 역이 어려웠다. 너무 착한 사람 같아 부담스러웠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감독님에게 털어놨더니 본인은 어떤 사람이냐고 반문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게 수연이의 모습이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보인다’고 해줬다. 감사한 칭찬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우영우’까지 히트를 쳤다. 하윤경이 출연하면 대박이라는 말도 있다. “운이 좋은 것 같다. 살면서 한 작품만 잘 되는 것도 어려운 건데 두 개나 대박이 났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인기는 감사하지만, 반짝하고 지나갈 수 있어 크게 들뜨는 것은 없다.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다.”
-인기를 실감하나. “계속 바쁘다 보니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고, 길거리를 돌아다닐 시간도 없어서 아직은 알아보는 시선을 못 느껴봤다. SNS 팔로워가 늘고, 친구들의 반응을 통해 느낀 건 있다.”
-부모님의 반응은. “처음에는 ‘열심히 해라’ 정도였는데, 지금은 맨날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다. 방영할 때는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거나 괜찮았던 스타일링을 꼽으며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줬다.” -최수연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말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 들리는 발음이 없도록 노력했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아쉽더라. 한편으로는 ‘전달에 너무 힘을 줬나?’ 싶었다. 화술에 몰두하면 안 될 때도 있더라. 균형을 유지하는 게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링에 있어 의견을 낸 부분이 있다면. “처음에는 평범한 의상을 준비해줬다. 그러면 영우와 차별점이 없기도 하고 수연이의 배경이 있지 않나. 집이 잘사는 편인데 그걸 잘 티 내는 친구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나잇대에 맞게 옷을 입으면서도 부를 티 내지 않아야 해 디테일이 들어간 옷이 중요할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그래서 소매나 카라의 디테일을 살리려 했다. 반면 수연이가 똑 부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헤어는 차분하게 했다.” -주종혁과의 러브라인 예상했나. “살짝 예상은 했다. ‘얘랑 티격태격하다 정들겠는데? 하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중반부쯤에 감독님이 민우와 마음이 생길 수 있다고 언질을 줬다. 하지만 금방 잊었고 똑같이 대하려 노력했다.”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캐릭터의) 전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 때문에 갑작스럽지는 않았으나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법정에서 다뤄야 할 에피소드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의 이야기로만 차곡차곡 쌓아 올리긴 어려웠기 때문에 민우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갭을 줄이고자 했다. 일단 사람들이 웃으면서 보면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 (러브라인을) 코믹하고 귀엽게 연출하려 했다. 수연이를 너무 좋아해 주니 탐탁지 않아 하는 게 있을 것 같다. 수연이를 얼마나 사랑하면 이런 반응을 줄까 싶어 그 반응도 좋았다.”
-주종혁과의 케미스트리는 어땠나. “제일 빨리 친해졌다. 내가 편하게 장난쳐도 늘 웃어준다. 잘 받아주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많아서 나에게 항상 물어보더라. 그게 너무 고마웠다. 나에 대한 리스펙이 있기 때문에 조언을 구하는 거지 않냐. 또 실제로도 엄청 티격태격하는데 필요한 순간에 가장 잘 챙겨준다. 친오빠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하다.”
-박은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박은빈은 밝고 모두에게 웃는 얼굴이다. 항상 FM, 프로처럼 행동해서 그걸 깨고 싶어 계속 장난치고 놀렸다. 근데 그걸 너무 재미있어해서 거기에서 나도 행복을 느꼈다. 또 배울 게 많고 좋은 자극을 주는 친구다. 조언을 구하기에도 좋았고 함께 연기해서 든든했다.”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분하다. 원래 인물 소개에 적혀 있긴 했었다. 인물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은 못 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완성해줬다. 내가 모르는 모습까지 발견해주고 사랑해줘서 더 빛났던 것 같다. 한편으로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도 느껴진다. 캐릭터한테만 (별명을) 붙여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붙여주는 것 같아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윤경과 최수연의 싱크로율은. “90%다.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닮았다. 나도 수연이처럼 츤데레 면도 많다. 말로 다정하게 못 하고 행동으로 챙겨주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하윤경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가 있다면. “지금 이 기억이 살아가는 데 있어 봄날의 햇살이 될 것 같다. 이 사람들과 함께했던 상황이 어둡고 험한 앞길이 펼쳐지더라도 빛을 찾아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