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2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9-2로 승리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뒤 "4회 말 오지환의 호수비로 상대 팀에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오지환이)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LG가 4-2로 앞선 4회 말 1사 1·2루에서 박상언의 안타성 타구를 오지환이 백핸드로 잡아내 병살타로 처리한 장면을 두고서였다. 이날 LG 구단 역사상 최연소 10승 고지를 밟은 이날 선발 투수 이민호(21)도 "오지환 선배님의 플레이가 정말 멋졌다"며 고마워했다.
류지현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기 몇 시간 전, 오지환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류지현 감독님이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9년 LG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류지현 감독 은퇴 이후 차세대 유격수를 찾던 LG는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18세 이하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주장)인 오지환을 주목했다.
잠재력은 뛰어났으나, 수비가 문제였다. 주전으로 처음 뛴 2010년 실책을 27개나 범했다. 2012~2014년 연 20개 이상 실책을 기록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묘기 같은 동작을 보여줬지만, 어이없는 실책도 넘쳐났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비 실책이 잦아 '오지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붙었다. LG는 마땅한 유격수 대체 자원이 없었고 오지환의 공·수·주 잠재력을 높이 사 계속 기용했다. 류지현 감독이 발 벗고 나섰다. 1994년 신인왕 출신의 류지현 감독도 KBO리그 명 유격수 계보를 잇는 한 명이다. 국가대표 수비 코치 출신인 그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8년 LG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작전과 주루, 수석 코치까지 모두 역임했다.
류지현 감독의 역할이 바뀌어도 오지환에 대한 기대는 그대로였다. LG 구단 관계자는 "오지환은 사실상 감독님이 키우셨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인 시절부터 곁에서 계속 지도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감독님이 수비 코치가 아닐 때는 월권으로 비칠까봐 조심스러워하셨다. 그런데도 수비 코치에게 양해를 구해 오지환을 가르치실 만큼 굉장히 애썼다"고 말했다.
오지환도 동의한다. 그는 "내가 '오지배'라고 불릴 정도로 수비를 못했다. 어쩌면 그저 그런 선수가 될 뻔했다"면서 "류지현 감독님이 날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제는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SSG 랜더스 신예 박성한과 생애 첫 유격수 골든 글러브를 놓고 치열한 다툼 중이다. 상대 선수의 주력과 타구 방향, 볼카운트에 따라 수비 위치를 스스로 결정해 움직인다. 24일 기준으로 오지환이 882이닝(전체 8위, 내야수 3위)을 뛰는 동안 수비 실책은 14개로 박성한과 같다. 그나마도 LG 2루수가 워낙 자주 바뀌어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이를 메우려고 더 넓은 수비 범위를 책임지려다가 나온 실책이 많다.
그는 "류지현 감독님께 이론적으로 정말 많이 배웠다. 그게 머리에 쌓였고 몸이 반응한다"며 "감독님이 노하우를 많이 전수해 주셨다. 나도 (감독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임 류중일 감독과 현 류지현 감독 모두 한때 최고 유격수로 활약한 터라 높은 눈높이를 맞추려고 더 애썼다. 오지환의 올 시즌 홈런포 폭발도 류지현 감독의 배려가 작용했다. 류지현 감독은 원래 오지환의 체력 부담과 타순 연결까지 고려해 9번 타자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오지환이 "앞 타순(2번)에 들어서거나, 9번 타자로 나서는 게 긴장감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내 생각과 선수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올 시즌 5번 타자로 활약하며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 20홈런(2016년)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결승타는 10개(공동 4위)로 상당히 많다. 오지환은 "늘 중심 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며 "결과가 나오니까 타격이 정말 재밌다"며 웃었다. 올해 오지환은 LG의 주장이다. 그는 "개인 욕심을 버렸다. 감독과 코치, 선수단의 가교 역할에 충실해지려 한다"고 말한다. '홈런 치는 유격수'로, 주장까지 맡아 계약(2년) 만료를 앞둔 류지현 감독을 돕고 있다. 2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안정적으로 2위를 사수하고 있다.
오지환은 팀이 이기면 주장 자격으로 가장 먼저 사령탑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류지현 감독이 오지환을 반갑게 맞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