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대를 사상 처음으로 대학축구대회 전국권 우승으로 이끈 이창원(47) 감독이 감격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창원 감독이 이끄는 대구예술대는 지난 27일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태백종합경기장에서 끝난 백두대간기 제5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에서 울산대를 상대로 1-0으로 신승했다. 대구예술대 공격수 김성진(22)이 후반 46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지난 2005년 대학축구부 창단 후 처음으로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대구예술대는 기세를 몰아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창원 감독은 “이렇게 (극적으로)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포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기사회생했다. 마치 심폐소생술을 받는 심정으로 우승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1월 대구예술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번 추계대회에서 조별리그 2승 1무, 토너먼트 4승을 기록했다.
대구예술대는 경기 내내 울산대에 철저하게 밀렸다. 울산대는 허승우, 이현규 등이 대구예술대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울산대의 슛은 골대를 세 차례나 강타했다. 이창원 감독은 “(골대 행운이) 세 번이나 따랐을 때 ‘이 경기 모르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신장(1m93㎝)이 큰 이현세를 교체 투입해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득점이 터진 게 주효했다”고 했다.
대구예술대 수비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육탄방어’에 가까운 수비를 펼쳤다. 이창원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이 너무 부족해지는 걸 봤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잘 뛰어줬다”며 “(울산대가 토너먼트에서 연이어 승부차기로 올라왔지만) 우리도 4강에서 한양대를 승부차기로 꺾고 올라왔다. 승부차기까지 가도 충분히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수비수였던 이창원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러스 등에서 통산 143경기 출전해 1골·1도움을 기록했다. 2009년 선수 은퇴 후 프로, 아마추어, 중국리그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제철고를 맡으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의 제자 여럿이 현재 프로 무대에서 활발히 뛰고 있다.
이창원 감독은 “(이번 대학축구대회 우승은 이전과) 완전 다르다. 포항제철고 시절에는 이미 완성된 팀을 내가 이끌었던 것이고, 대구예술대는 내가 (기초부터) 만든 팀이지 않나”라며 “대구예술대는 바닥이었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무엇인가를 이루면 더 좋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우승하게 돼서 조금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경기 시작 전 태백산에서 길러 온 식수를 한 모금 마셨다는 이창원 감독은 “좋은 꿈을 꾸지는 않았지만, 태백산 물이 좋았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분명히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대구예술대를 수도권에 있는 최상위권 팀들과 견줘도 절대 밀리지 않는 팀으로 만드는 게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