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식 감독은 31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Broad Cast World Wide) 2022’ 특별 세션 콘퍼런스에 참석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의 이상백 제작자와 한겨레 신문 문화부 서정민 팀장도 자리를 빛냈다.
‘자이언트’,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만든 19년 차 베테랑 연출자인 유 감독은 “초고를 읽었을 때 마음에 와 닿았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두드러지는 대본이었다. 극악스럽지 않고 차분하고 잔잔하게 감동을 줬다.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우영우’의 메가폰을 잡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연출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으로 “최우선의 과제가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에게 시청자가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비자폐인의 관점에선 영우(박은빈 분)가 이상해 보이면서도 주인공으로서 사랑스럽고 공감 가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 정도가 미묘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로 극 중 다양한 사건을 매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유 감독은 “작가, 배우와 함께 많은 상의를 해서 갖춘 캐릭터다. 우영우가 주는 많은 웃음이 있는데 자칫 희화화 되지 않게 끔 자연스럽게 영우의 입장에 서는 것이 초반부 드라마의 관건이었다”며 캐릭터 표현에 유의한 점도 언급했다.
‘우영우’는 지상파 채널도 아닌 시청률 1%면 성공이라 안도하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탔다. 6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우영우’는 0.9% 시청률로 시작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최종회는 최고 시청률 17.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로 종영했다. 유 감독은 ‘우영우’의 시청률 증가 이유로 “국내에서 방영한 ENA채널이 생소했기 때문에 3%만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방송 후 댓글에서도 ENA 채널이 몇 번인지 묻는게 있었다”면서 해외에서의 호평과 폭발적 반응에도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다.
‘우영우’는 지난 18일 종영, 이후에도 국내를 비롯 해외에서도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20개국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고 미국 CNN에서 취재할 정도로 높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그는 “한국 언어유희와 특유 사회상,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 한국 법조문을 언급하는 게 해외에서도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해외에서의 인기 요인은 아마도 박은빈 배우의 경이로운 연기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영우’의 성공 요인으로는 “인간의 선함을 다룬 콘텐츠의 갈증이 있었지 않나 싶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사려 깊게 다루고 그걸 받아 들여줄 수 있는 (시청자의) 감수성이 더 폭넓게 자리한 것 같다”고 했다. 종영 이후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는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나 가족이 올린 글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해당 글의 내용을 소상히 밝히며 “‘우영우 캐릭터는 자폐인 중에 흔치 않고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인 건 우리도 안다. 드라마를 통해 갖게 된 가장 큰 판타지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 동그라미, 강태오, 정명석 변호사 같은 사람이 내 아이 주변에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선 판타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 2022’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