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케이블TV 대표 게임 채널로 통했던 OGN(옛 온게임넷)이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게임 전적 플랫폼 오피지지(OP.GG)는 31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OGN의 미래 콘텐츠 사업 청사진을 공유했다. 오피지지는 올해 6월 CJ ENM으로부터 OGN을 인수했다.
OGN은 글로벌 콘텐츠·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대중성 확보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조효협 OGN 비즈셀 리드(본부장)는 "검증된 기존 OGN IP(지식재산권)를 계승하고, 국내 다국어 가능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및 오피지지 내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라며 "메타버스 월드 내 크리에이터를 육성·발굴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박원우 작가 등 포맷 개발 전문가들이 힘을 보탤 예정이다.
OGN은 2000년 7월 세계 최초 게임 전문 방송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개국했다.
2004년 부산 광안리, 2007년 울산 문수국제양궁장 등 10만명 이상이 몰린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다양한 명장면을 연출하며 e스포츠 대중화를 주도했다. 2007년에는 당시 10·20대가 가장 많이 찾는 방송 채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힘들다. KT·KT스카이라이프·SK브로드밴드 플랫폼에서 채널이 빠졌다. 이에 3200만 커버리지가 1700만으로 확 줄었다. 폐국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OGN은 오피지지의 투자로 위기의 순간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오피지지는 전 세계 11개 지역에 20개 언어로 서비스 중인 게임 전적 플랫폼이다.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5500만에 달한다.
OGN은 오피지지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제작사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차별화 콘텐츠를 선보일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300여편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는 10월부터 콘텐츠를 쏟아낸다.
조효협 본부장은 "글로벌에서 먹힐 만한 IP를 조사했더니 '소울 사이버 대학'과 'DC 엑스파일'이 니즈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단순히 영문화하는 게 아니라 현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출연진·포맷·구성으로 리부팅할 것"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는 크리에이터·빌더 해커톤 등으로 역량 있는 자원을 품는다. 유저들이 모이는 가상의 놀이터로 만든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경쟁력 있는 업체와의 파트너십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 10·20대 시청자를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대중성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유명 크리에이터·게임사·프로게임단과 손을 잡는다.
기존 e스포츠 대회를 정리해 송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게임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예능과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유튜브 채널 '44층 지하던전'은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삼는다.
예전의 커버리지를 회복하기 위해 IPTV 사업자와 재진입 협상도 진행 중이다.
남윤승 OGN CEO(최고경영자)는 "(CJ ENM 시절) 상암 스튜디오 마지막 출근 때 경비실에 열쇠뭉치를 던져주며 눈물을 흘렸다. 아직 가능성이 충분하고 많은 유산을 가진 채널이라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 없는 부침의 세월을 거쳤다.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불통의 이미지가 있었다. 유저·시청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콘텐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자주 만나는 시간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