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이글스 개막전 선발 투수는 김민우(27)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년 연속 김민우를 개막전 선발로 낙점한 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개막전 선발에서 빼는 건) 실례"라고 말했다. 김민우를 제외하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국내 투수가 개막전 선발을 맡은 건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안우진(키움 히어로즈)뿐이었다. 팀 내 그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민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1일 기준으로 그의 성적은 4승 10패 평균자책점 5.30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투수 중 유일하게 평균자책점이 5점대다. 올 시즌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S존) 확대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맞물려 '투고타저'로 진행 중이지만, 김민우의 성적은 오히려 전년 대비 크게 악화했다. 피출루율(0.399)과 피장타율(0.353)을 합한 피OPS가 0.752로 꼴찌. 이닝당 출루허용(WHIP·1.49)도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높다.
기복이 심하다. 김민우의 4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4.91이었다. 5월에는 평균자책점이 8.06까지 치솟았다. 악화일로를 걷던 성적은 6월과 7월 잠시 안정을 찾았다.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던지는 투구 폼에 적응하면서 기록이 반등했다. 세트포지션은 힘을 모으는 동작이 생략돼 구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제구가 불안한 김민우에겐 '맞춤옷'에 가까웠다. 그런데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았다. 김민우는 전반기를 3승 7패 평균자책점 5.00으로 마쳤다. 규정이닝을 채운 26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꼴찌였다.
후반기 첫 6경기 평균자책점은 6.09로 더 좋지 않다. 8월에 선발 등판한 4경기 평균자책점이 7.77. 지난달 28일 삼성전에선 3-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이닝 4실점 했다. 3-4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팀 타선이 경기 후반 동점을 만들어 간신히 패전을 면했다. 김민우는 최근 13번의 등판에서 단 1승을 추가했다. 한화는 이 기간 2승 1무 10패로 승수 쌓기에 애를 먹었다.
깅민우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시속 150㎞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통산 13승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만년 유망주로 제자리걸음을 하던 그는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4승)를 따내며 한화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중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지명 당시 팀에서 기대한 모습이 서서히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올 시즌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볼넷으로 자멸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9이닝당 볼넷이 5.01개로 많다.
한화는 개막전을 함께 했던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를 모두 교체했다. 곳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쏟아지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크게 흔들렸다. 김민우는 장민재와 함께 수베로 감독이 믿고 내는 국내 선발 카드이지만, 제 몫을 못하고 있다. 리그 최하위에 머무는 팀 성적만큼 김민우의 2022시즌도 꼬일 대로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