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창립 77주년을 맞은 K뷰티 간판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이 '파격'을 선택했다. 최근 21년 동안 아모레 화장품 브랜드 모델로 활약했던 송혜교와의 인연을 멈춰 세웠다. 송혜교의 빈자리는 글로벌 K팝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의 로제를 발탁했다. 이어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까지 발표하면서 북미 시장을 향한 아모레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아모레 상징 된 블랙핑크
아모레는 지난달 31일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모델로 블랙핑크의 로제를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파격적이다. 아모레는 그동안 송혜교와 단단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송혜교는 2001년 아모레의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를 시작으로, 2006년 '이니스프리', 2008년 '라네즈'의 얼굴로 활약했다. 이어 2019년 아모레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 전속모델까지 꿰차면서 아모레와 21년간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설화수는 브랜드 론칭 뒤 첫 메인 모델을 송혜교로 발탁하며 신뢰를 보여줬다.
업계에 따르면 송혜교는 설화수 모델은 더는 맡지 않지만, 아모레의 이너 뷰티 브랜드인 '바이탈뷰티'의 뮤즈 활동은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너 뷰티는 일종의 영양제로 복용 시 피부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는 화장품'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통적인 화장품은 아니다.
송혜교와의 화장품 모델 인연을 놓을 만큼 블랙핑크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최고의 K팝 걸그룹인 것은 분명하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지난달 블랙핑크 멤버들이 완전체로 발표한 신곡 '핑크 베놈'의 뮤직비디오는 2억뷰를 넘겼고,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는 22위에 올랐다.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이 즐비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블랙핑크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블랙핑크는 뷰티·패션 기업 사이에 모델로 삼고 싶은 최고의 그룹이다. 특히 북미 공략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아모레로서는 설화수의 새 얼굴로 블랙핑크의 로제를 욕심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모델 교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아모레가 이미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인 '헤라'의 얼굴로 제니를 기용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 모델 대행 에이전시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블랙핑크는 모든 기업의 '워너비'고 곧바로 글로벌 젊은 세대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힘이 있는 모델"이라면서도 "헤라와 설화수는 사실상 라네즈와 함께 아모레라는 실적을 리딩하는 주력 브랜드인데, 모두 블랙핑크에게 홍보를 맡길 경우 흔히 말하는 열애설이나 사생활 이슈 등의 스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브랜드 M&A까지
아모레는 미국의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 운영사인 '타타스네이처알케미'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아모레는 이번 인수를 위해 유상 증자로 약 168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타타하퍼는 현재 미국 뷰티 시장을 주도하는 ‘클린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로 알려졌다. 첨가제나 인공 색소 및 향료, 합성 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지 않은 100% 자연 유래 성분만을 사용해서 북미 내 입지가 있다.
아모레는 그동안 자체 브랜드를 북미 뷰티 시장에 알리기 위해 애써왔다. 일정 부분 효과도 봤다. 라네즈와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이 선전하면서 올해 2분기 북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이상 급증한 36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으로 아모레는 타타하퍼를 발판 삼아 북미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는 약 10년 전부터 불어온 중국 내 K뷰티 붐을 통해 외형을 키웠다. 아모레가 대중국 사업에 올인해온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아모레 매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아모레뿐 아니라 LG생활건강 등 K뷰티 기업도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창립 77주년을 맞은 아모레가 엄청난 변화를 택했다. 미국 등 북미 지역을 공략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아모레가 성공해야 뒤를 따르는 K뷰티 기업도 저변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