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도 주전 좌익수를 만들지 못했다. 유력 후보는 주춤하고, 대항마도 보이지 않는다.
KIA는 시즌 초반 '거포 유망주'로 기대받던 김석환을 주전 좌익수로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김종국 KIA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눈여겨본 김석환에게 충분한 출전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세대교체를 위한 결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석환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173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결국 5월 첫째 주 일정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IA 주전 좌익수는 또 공석이 됐다. 5월 한 달 동안 선발로 가장 많이 출전 이우성도 타율 0.250에 그치며 돋보이지 못했다.
이후 이창진이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그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퓨처스(2군)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기회를 잡았다. 6월 출전한 24경기에서 타율 0.264를 기록하며 배트를 예열했고, 7월엔 10개 구단 리그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0.476)을 남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월간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KIA 주전 좌익수 경쟁도 종지부가 찍히는 듯 보였다.
이창진도 슬럼프에 빠졌다. 그토록 뜨겁던 타격감이 8월 들어 차갑게 식었다. 출전한 20경기에서 타율 0.164에 그쳤다. 장타는 2루타 1개, 홈런 1개뿐이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점. 김종국 감독은 다시 움직였다. 최근 이창진 대신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인 최형우를 좌익수로 내세우고, 그가 맡던 지명타자 자리에는 타격이 좋은 고종욱을 투입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고종욱은 수비력이 부족해 고정 외야수를 맡지 못했던 선수. 사령탑은 이창진의 타격 사이클이 하향 곡선을 그리자, 공격력 강화를 위해 궁여지책을 꺼내 들었다.
후반기 내내 퓨처스팀에 머물었던 김석환은 확대 엔트리가 시행된 9월 다시 1군에 올라왔다. 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선발 1루수로 나섰다. 그가 2군에서 실전 경험을 늘리며 끌어올린 타격감을 1군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다시 좌익수로 나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최형우를 계속 좌익수로 쓸 수도 없다.
KIA는 지난해에도 외야 한 자리 주인을 찾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프레스턴 터커)와 최원준이 각각 좌익수와 우익수를 맡았고, 나지완·김호령·이창진·이우성이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선발로 나섰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중견수)와 나성범(우익수)은 고정이지만, 남은 한 자리는 여전히 주인이 없다. 경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