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9승째를 거둔 KT 위즈 선발 투수 엄상백. 사진=KT 위즈 KT 위즈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은 후반기 등판한 9경기에서 삼진 61개를 잡아냈다. 13일 기준으로 후반기 탈삼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9이닝당 탈삼진(11.20개)은 KBO리그 전체 1위였다.
지난 시즌(2021) 엄상백이 기록한 9이닝당 탈삼진은 7.69개였다. 탈삼진 증가에 대해 그는 "체인지업이 좋아졌다. 작년까지는 타자들이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체인지업을 던질 때 내 투구 자세의 차이를 잘 파악한 것 같다. 올해는 직구와 거의 비슷한 자세로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상백은 전반기 스윙맨을 맡았다. 전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빠지며 생긴 선발진 공백을 메웠고, 대체 선수 웨스 벤자민이 합류한 뒤에는 셋업맨으로 나섰다. 후반기엔 국내 투수 배제성이 컨디션 난조로 이탈하며 생긴 선발 한 자리에 투입돼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9승 2패 평균자책점 3.22.
엄상백은 전반기 초반 "(팀 동료) 고영표 선배가 완급을 조절하며 호투하는 모습을 보며 체인지업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2021시즌 23.7%였던 체인지업 구사율은 올 시즌 31%까지 올랐다. 여기에 투구 자세와 제구까지 한층 정교해지며, 보다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었던 것.
KT 위즈 마운드의 만능키 엄상백. IS포토 엄상백이 좋은 투구를 이어가자 상대 팀 분석도 심화했다. 최근엔 그의 체인지업을 노리는 상대 타자가 많아졌다. 엄상백은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전 1·6회 말 투구에서 각각 최지훈과 전의산에게 홈런을 허용했는데, 모두 체인지업이 공략당했다. 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내준 1·2회 안타 3개 모두 체인지업을 던지다 맞았다.
엄상백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투수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높아진 엄상백에게 "직구를 조금 더 활용하자"라고 조언했다. 엄상백이 체인지업 위주의 공 배합으로 바꾸는 데 귀감이 됐던 고영표조차 "강속구를 던질 줄 아는 (엄)상백이가 굳이 내 투구 패턴을 따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러 구종을 활용했을 때 효과도 있겠지만, 구위로 압박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상백이가 부럽다"고 했다.
엄상백은 최근 높아진 체인지업 피안타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체인지업이 (안타나 홈런을) 많이 맞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고 생각한다.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타자가 의식하게 되고, 직구 위력도 더해지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자와 선배의 조언을 흘려듣는 건 아니다. 엄상백은 "7일 한화전에서도 그랬고, 앞으로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빠른 공 승부를 이전보다 많이 할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등판 당일 컨디션, 구종의 위력과 제구를 두루 고려해 선택한다.
KT는 지난주까지 6위 NC 다이노스에 11.5경기 차 앞선 4위를 지켰다. 키움과 3위 경쟁 중이다. 엄상백은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KT의 키플레이어 중 하나다. 올 시즌 그의 도약을 이끈 체인지업이 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