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9번 지명권을 가진 두산은 선수 호명 전 타임(2분)을 신청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 타임을 신청한 건 SSG 랜더스(2라운드 전체 15번)에 이어 두산이 두 번째. 1분 40초가량 회의를 거친 두산은 윤혁 스카우트 팀장이 투수 김유성(20·고려대) 지명을 알렸다. 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
김유성은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뜨거운 감자'였다. 그는 2021년 NC 다이노스에 1차 지명됐지만, 내동중 3학년 때 저지른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지명이 철회됐다. 1차 지명 역사상 구단이 지명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후 고려대에 진학한 김유성은 2학년을 마친 뒤 드래프트 재도전을 선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부터 대학 선수의 얼리 드래프트(조기 지명) 제도를 도입, 4년제 및 3년제 대학교에서 2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의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했다.
다만 김유성은 KBO 규약 제114조 [계약교섭권의 포기, 상실 등] 3항에 명시된 '구단이 여하한 사유로든 계약교섭권을 포기하거나 상실하여 당해 신인선수가 다시 지명절차를 거치는 경우 어느 구단도 당해 신인 선수를 1라운드에서 지명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1라운드에선 이름이 불릴 수 없었다. KBO는 14일 밤 "김유성은 1차 지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각 구단에 알렸다. 결국 2라운드 9번째 지명권을 행사한 두산이 그를 품었다.
김유성은 올 시즌 대학리그 12경기에 등판, 5승 2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A 구단 스카우트는 "대학생 중에선 1번이다. 기량만 보면 가장 낫다.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한다"며 "신체 조건(1m90㎝·92㎏)이 좋고 구속도 150㎞/h 이상 나온다. 스플리터가 괜찮다"고 호평했다.
문제는 학폭 이력이었다. 학폭 징계는 모두 소화했지만,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이슈였다. 피해자 쪽에서 지명 이후 관련 문제를 거론하면 부정적인 여론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었다. 2라운드 두산에 앞서 지명권을 행사한 구단들이 김유성을 지명하지 않은 이유다.
두산은 '학폭'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두산은 최근 오른손 투수 이영하(25)가 '선린인터넷고 동기' 김대현(25·LG 트윈스)과 함께 고등학교 시절 연루된 학폭 문제로 불구속 기소됐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학폭 문제로 재판을 받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영하와 김대현의 기소 소식이 전해진 뒤 "김유성을 지명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김유성을 호명한 구단은 두산이었다. 100초 정도 짧은 회의에서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