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노진혁(33·NC 다이노스)의 전반기는 '악몽' 그 자체였다. 시범경기 마지막 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시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개막 닷새 뒤인 4월 7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타격과 수비 모두 흔들렸다. 예비 FA(자유계약선수)로 팀의 주장까지 맡은 그의 부진은 팀 성적 하락과 직결됐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 노진혁의 타율은 0.243, NC는 리그 9위에 머물렀다.
노진혁은 전반기 휴식기 동안 주장 완장을 양의지에게 내줬다. 마음을 다잡은 덕분일까. 후반기 기록이 드라마틱하게 반등했다. 15일 기준으로 후반기 40경기 타율이 0.352(145타수 51안타)에 이른다. 장타율(0.376→0.614)과 출루율(0.332→0.416)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반기 5개였던 홈런이 후반기 8개. 특히 9월 둘째 주(6~11일) 가공할만한 화력을 자랑했다. 선발 출전한 6경기 중 5경기에서 홈런을 쏘아 올려 주간 홈런 1위, 안타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3경기 연속 홈런으로 2년 만에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노진혁의 활약을 앞세운 NC는 리그 6위까지 뛰어올라 5강 경쟁에 불을 지폈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노진혁을 선정했다. 노진혁이 주간 MVP에 선정된 건 2020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주간 성적을 보고) 나도 좀 놀랐다"며 웃었다.
-모처럼 주간 MVP로 선정됐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일주일 동안 좋은 성적을 내 상을 받았으니 이번 주에도 열심히 해보겠다.(웃음)"
-홈런이 늘어난 비결은. "잘 맞았을 때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장타가 나왔다. 어떤 비결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운이 좋았다."
-전반기가 끝난 뒤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선배로부터 영감을 받아 타격 폼을 바꿨다. 전반기에는 상체를 세워 타격했고 오른 골반도 많이 빠졌다. 후반기에는 골반이 투수 쪽으로 빠지지 않게 막아 놓고 타격한다. 이렇게 하니까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가더라. 미세한 변화일 수 있는데 체감하기론 180도 달라진 거 같다."
-이대호를 참고한 계기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를 봤다. 진짜 쉽게 치더라. 저렇게 한 번 해볼까 했는데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나와) 잘 맞았다. 이거구나 싶었다. 나만의 타격 폼을 찾았다."
-예비 FA여서 부담이 컸을까. "솔직히 팀 성적도 좋지 않고 개인 성적도 떨어지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포기하지 않고 뭔가 내 폼을 찾으려고 노력하니까 후반기에는 조금 웃을 수 있게 된 거 같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살아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팀에 미안하다."
-주장이어서 어깨도 무거웠을 텐데. "주장인데 후배들보다 못하고 있으니 솔직히 창피했다. 후배들 보기에 좀 부끄러운 리더였다. 그런 면에서 내가 많이 부족했다."
-실책이 조금 많다. "겨울에 정말 잘 준비했다. 핑계라면 핑계인데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에 걸리면서 수비 밸런스가 정말 이상해졌다. 몸살처럼 몸이 아팠는데 특히 허리가 엄청 아팠다.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도) 생각보다 폼이 올라오지 않아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회복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아픈 곳도 없고) 자신 있다."
-터닝 포인트가 된 경기가 있을까. "후반기 LG 트윈스와 두 번째 경기(7월 23일 창원)였다. 왼손 투수에 약점이 있었는데 LG 선발 김윤식 선수의 슬라이더를 공략(2회 말 좌전 안타)하고 난 뒤 '이 폼으로 가도 괜찮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긴가민가한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정말 원하던 폼이라는 걸 느꼈다. 후반기 맹타를 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잔여 시즌 개인 목표는. "홈런 10개를 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뜻하지 않게 목표를 넘어섰다. 그래서 홈런 목표를 15개로 다시 잡았다. 타율은 원래 내 기록보다 올라와 있다. 다른 욕심보다 80타점까지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