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7경기 만에 5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지만, 5월 15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8경기 연속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자신이 등판한 경기 모두 소속팀이 지거나 비긴 탓에 멘털도 흔들렸다. 7월 10일 KT 위즈전에서 61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지만, 시즌 8승을 올린 8월 1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5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다.
그런 박세웅에게 지난 17일 KT전 5이닝 무실점 호투는 의미가 크다. 롯데가 2-0으로 이기며 시즌 9승을 거둔 '결과'도 의미가 있었지만, 투구 기복을 극복하는 '과정'이 좋았기 때문이다.
박세웅은 "2스트라이크 이후 던질 구종과 쓰지 말아야 할 구종을 명확히 나눴고, 상대 타자가 좀처럼 예상하지 못하는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17일 KT전에서) 삼진 7개를 잡았는데, 구종 선택과 공 배합 모두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팀 내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포크볼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2018년 팔꿈치) 수술 후 내 팔 스윙이 조금 달라졌다. 그래서 여러 투수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최근엔 (마무리 투수) 김원중 선배의 도움을 받았다. KT전에선 결정구로 잘 통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세웅은 19일 기준으로 26경기에 등판, 149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9승 10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했다. 이닝(171와 3분의 1이닝) 다승(12승) 평균자책점(3.68점) 부문 커리어 하이를 해낸 2017시즌 퍼포먼스엔 미치지 못한다.
올 시즌 남긴 의미 있는 기록도 많다. 박세웅의 종전 최소 피홈런(규정이닝 기준)은 2020·2021시즌 기록한 20개였다. 올 시즌은 7개뿐이다. 볼넷도 종전 최소 기록(2020시즌 47개)보다 적은 30개만 내줬다. 올 시즌 두세 차례 등판이 남아있지만, 시즌 최소 피홈런과 최소 볼넷 경신이 유력하다. 탈삼진(139개)은 이미 커리어하이를 세웠다.
여기에 데뷔 처음으로 3년(2020~2022)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고, 데뷔 첫 2년(2021~2022)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노린다. 박세웅은 "대량 실점하며 무너진 경기를 2~3번만 줄였어도,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이 됐을 것이다. 안 좋은 결과가 이어졌을 때 멘털을 잡는 법을 더 배워야 한다"면서도 "투수로서 볼넷은 적고, 삼진은 많은 시즌을 만들어서 기쁘다. 승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빗맞은 피안타로 흐름이 꼬인 경기도 있었기 때문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마운드에서 버티다 보면 시즌 10승도 따라올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세웅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기록은 이닝이다. 그는 "내가 다른 투수보다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내구성밖에 없다. 얼마 전 양현종 선배님이 '8년 연속 150이닝'을 달성했다. 정말 대단하고, 배우는 게 많다. 나도 올해로 3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는데, 은퇴할 때까지 매 시즌 이 기록을 해내고 싶다. 책임감 있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는 19일 기준으로 5위 KIA 타이거즈에 4경기 뒤진 8위에 머물고 있다. 포스트시즌(PS)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박세웅은 "롯데 선수들은 누구도 PS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은 시즌도 마운드 위에서 최대한 긴 이닝을 버텨내는 책임감을 보여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