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영화를 보기 전 리뷰를 보지 말고 극장을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함부로 예상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사실 포스터가 다 스포하지만). 예상과 상상을 뛰어 넘는 파격 스토리가 펼쳐지고 ‘청불영화’ 표현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의 수위다.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영화 ‘늑대사냥’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선박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과 이들을 호송하는 경찰 사이 일어나는 극한의 상황은 보는 이의 숨을 죽이게 하고, 극강의 공포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생지옥의 진수를 드러내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죄책감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범죄자들의 ‘인간사냥’ 작전부터 ‘늑대사냥’까지. 핏빛 작전과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공포의 소용돌이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영화의 볼거리가 마냥 잔인함과 파격 수위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더니 갑자기 SF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드넓은 세계관이 눈 앞에서 일어난다. 캐릭터 간 관계성, 탄탄한 스토리도 몰입도를 높인다. 앞서 간담회에서 “시퀄까지 총 세 시리즈를 준비했다”고 말한 김홍선 감독의 빅픽처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영화 초반의 공포를 이끄는 범죄자 우두머리이자 반란 주동자 박종두(서인국 분)는 개중에 악질 중의 악질이다. 마치 게임을 하듯 사람을 죽이며 희열을 느낀다. 필모그래피 사상 역대급 변신을 선보이며 종두를 완성한 서인국은 온 몸 문신과 피 칠갑을 두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압감 넘치는 연기 열전을 시작한다.
반면 장동윤은 종두와 달리 살인에 가담하지 않고 관찰자의 시각으로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이도일로 색다른 에너지를 선보인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이미지의 장동윤은 이번 영화에서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영화에서 대사보다 눈빛으로 캐릭터를 소화한다. 중앙 해양 특수구조 팀장 오대웅 역의 성동일, 형사팀장 이석우 역의 박호산, 형사 이다연 정소민, 종두 조직의 오른팔 전과자 고건배 역의 고창석, 해외 도피 수배자 최명주로 변신한 장영남 등 베테랑 배우들이 내공을 뽐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사냥의 시간을 버텨낸다. 이에 더해 이름만으로도 천기누설급인 ‘늑대사냥’의 최종 빌런은 앞서 극의 긴장감을 이끌던 빌런들의 잔인함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모든 걸 파괴한다.
무엇보다 ‘늑대사냥’의 공포를 이끄는 것은 리얼한 묘사와 세트장, 그리고 태평양 위 떠 있는 감옥 프론티어 타이탄호라는 협소한 공간 내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다. ‘공모자들’, ‘기술자들’, ‘변신’을 통해 장르 영화의 마스터로 자리 잡은 김홍선 감독의 연출과 상상력은 이 삼박자를 환상적으로 궁합 해 작품에 신선한 재미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