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장민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느린 구속으로 고전하던 장민재(32·한화 이글스)가 '기교파 에이스'로 변신했다. 결정구인 포크볼 덕분이다.
한화는 올 시즌에도 최하위가 유력하다. 19일 기준 43승 2무 85패(승률 0.336)로 9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가 11.5경기에 달한다.
똑같은 최하위여도 지난해(승률 0.371)와 조금 다르다. 선발진이 더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김민우(14승 평균자책점 4.00)-닉 킹험(10승 평균자책점 3.19)-라이언 카펜터(5승 평균자책점 3.97)가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덕에 '계산'이 섰다. 반면 올해는 킹험과 카펜터 모두 부상으로 퇴출당했다. 김민우의 평균자책점은 4.72로 치솟았다. 대체 외국인 투수들의 투구는 나쁘지 않았으나 순위 싸움이 모두 끝난 후였다.
한화 선발진을 지탱한 건 장민재였다. 올 시즌 30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한 그는 6승 8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중이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대체 선발로 합류해 시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적표를 보면 에이스라고 부르기 어렵다. 10승을 달성하지 못했고, 115이닝을 던져 규정 이닝 달성도 어렵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단 2회에 불과하다. 선발로 경기 당 평균 4.7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선발 투수 장민재가 지난 7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런데도 올 시즌 장민재는 한화의 에이스에 가까웠다. 시즌 중 보직이 바뀌었어도 선발 등판(23회)은 김민우(26회)에 이은 팀 내 2위이고, 다승도 김민우와 공동 1위다. 한화 선발진에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장민재와 펠릭스 페냐(12경기 평균자책점 3.63)뿐이다. 장민재가 1승만 더하면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세울 수 있다.
그의 직구 구속은 시속 140㎞대 초반에 불과하다. 장민재는 포크볼로 버텨낸다. 올 시즌 포크볼 구사율이 40.9%(스탯티즈 기준)로 직구(40.6%)와 비슷하다. 직구 피안타율이 0.323에 달하지만, 피안타율 0.207의 포크볼을 공격적으로 구사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특히 포크볼을 주자 있을 때(구사율 52.7%)와 2스트라이크 이후(구사율 52.9%) 많이 던졌다. 9이닝당 탈삼진 5.48개에 불과한 그의 잔루율은 76.5%에 달한다. 규정 이닝 투수 중 4위인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76.6%)과 비슷하다. 그의 포크볼 전략이 실점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장민재는 지난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직구 47구와 포크볼 46구를 섞었다. 팀 OPS(출루율+장타율) 0.751로 1위를 기록 중인 LG 타선을 힘이 아닌 변화구와 제구로 버텨냈고, 리그 다승 공동 1위(15승)와 승률 1위(0.882)였던 케이시 켈리와 선발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장민재는 "나의 주 무기가 포크볼인 건 상대들도 알 것이다.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매 이닝, 매 타자를 분석하면서 내가 어디에 무슨 구종을 던져야 하는지 연구한다. 타자들이 쉽게 내 공을 노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내 스타일"이라며 "제구도 중요하지만, 포크볼을 던질 시점에서 직구를 던진다든가, 직구를 던질 시점에서 포크볼을 던지는 식으로 조합한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한화는 갈 길 바쁜 팀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중이다. 그는 “(고춧가루 부대라는) 주위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순위 싸움에서 탈락했지만) 계속 경기가 있고, 다음 시즌이 있다. 매일 이기려는 팀, 지더라도 끈기 있는 팀으로 가자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