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 투수 이의리(20)가 데뷔 2년 만에 '탈삼진 머신'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했다. 그의 '싸움닭 기질'은 KIA의 가을야구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의리는 26일 기준으로 탈삼진 158개를 기록, 이 부문 KBO리그 5위에 올라 있다. 국내 투수 중에는 안우진(212개·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2위다. 9.54개를 기록한 경기당 탈삼진도 안우진(10.43개)에 이어 전체 2위다.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경신에 다가선 안우진에 가렸지만, 이의리도 한층 나아진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KIA가 3-0으로 앞선 3회 말,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린 이의리는 김주원·박민우·권희동에게 3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놓였다. 그러나 대량 실점 위기에서 박건우·양의지·닉 마니티로 이어지는 상대 중심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이의리는 리그 타격왕을 노리는 박건우,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양의지 모두 커브를 결정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예상하지 못한 공 배합에 허를 찔린 박건우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고개를 갸웃했고, 양의지는 낮은 코스 커브에 타격 자세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어 나선 마티니는 풀카운트에서 이의리가 구사한 몸쪽 시속 150㎞ 포심 패스트볼(직구) 배트조차 내지 못하고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투수가 3연속 볼넷을 내준 뒤 3연속 탈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사례는 1990년 태평양 돌핀스 투수 최창호 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이의리는 볼넷만으로 만루를 자초하며 제구력과 멘털 관리에 서툰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려는 집중력이 뛰어났다. 이의리는 경기 뒤 "이전에도 위기가 되면 오히려 제구가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는 투구를 하다가 장타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볼넷을 주더라도 가능한 한 힘껏 공을 던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3회 상황을 돌아봤다.
이의리는 올 시즌 개막 전에도 "볼넷을 줄이는 게 데뷔 두 번째 시즌 목표다. 그러나 이를 의식하다가 제구가 더 흔들릴 수 있다. 이 점은 경계해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올 시즌 만루 위기에서 25타자를 상대했지만,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을 허용한 건 한 번뿐이다. 탈삼진은 11개를 기록했다. 피안타율(0.182)과 피출루율(0.200)도 매우 낮은 편이다.
KIA는 3연전 전적 1승 1패로 맞붙은 6위 NC와의 경기에서 이의리의 호투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25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승리하며 NC와의 승차는 2.5경기까지 벌리고, 5위를 굳게 지켰다. 이의리는 올 시즌 KIA에 가장 중요한 경기,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이의리는 지난 시즌(2021) 신인왕이다. 1985년 이순철(현 SBS 해설위원) 이후 36면 만에 타이거즈 소속 수상자였다. 그러나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4승(5패) 평균자책점 3.61에 그친 성적도 이정후·강백호 이전 신인왕 수상자와 비교해 탁월하지 않았다. 올 시즌은 이미 규정 이닝을 채웠다. 탈삼진 5위, 피안타율(0.218) 4위에 오르며 한층 나아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