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처럼 냉장고도 마음껏 꾸미는 시대가 왔다. 원하는 스타일의 패널을 주문해 직접 교체하거나 앱으로 테마와 색상을 바꿔 주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한번 구매하면 적어도 5년은 집 한구석을 차지하는 칙칙한 가전이 화사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 투톱은 고객이 쉽게 디자인을 변경해 실내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냉장고 신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가전 명가' LG전자는 지난 22일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출시했다. 물리적인 교체나 추가 비용 없이 냉장고 외관 색상을 바꾸는 '실시간 전환' 경험이 매력이다.
전면에 LED 광원 패널을 장착했다. LG전자 IoT(사물인터넷) 앱 'LG 씽큐'로 테마를 고르면 된다.
'파티모드'의 경우 음악에 맞춰 깜빡이는 '바운스', 컬러가 좌우로 흐르는 '플로우' 중 선택할 수 있다. 어두운 한밤중에 냉장고 문을 안전하게 열 수 있는 '야간무드 알람'도 제공한다. 향후 LG 씽큐 앱에 새로운 테마와 색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신제품은 고객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시장 요구를 분석하는 '라이프그라피' 시스템으로 기획했다. 폐쇄적인 사내 보안 장소에서 고객과 검증한 '극비 프로젝트'다.
이건우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리더는 자사 뉴스룸에서 "늘 같은 자리에 변함없이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던 가전들이 살아 숨 쉬고 반응하는 세상이 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맞춤형 가전 시대를 목표로 추진한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결과물인 냉장고 '비스포크'를 공개했다.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하는 비스포크는, 여러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타입·소재·색상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비스포크는 가족 수와 주방 형태 등에 따라 1도어에서 4도어까지 모듈형으로 조합할 수 있다. 여기에 원하는 소재와 색상의 도어 패널을 구매해 나만의 냉장고를 만든다.
2도어 상냉장·하냉동 기준 패널 가격은 상칸 15만원, 하칸 5만원이다. 글램 핑크·코타 그리너리·새틴 마린 등 20개가 넘는 색상을 뒷받침한다.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이사해도 도어 패널만 교체하면 새 냉장고를 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프렌치도어 타입(좌우 상냉장·서랍식 하냉동)으로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는데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사진이나 그림을 디지털 프린팅 패널로 제작해주는 '마이 비스포크' 서비스도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최적의 색상을 찾을 수 있도록 전문가와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비스포크 제작소 AI'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국내외 아티스트와 협업한 패널 에디션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