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 K드라마는 더이상 아시아 한정 콘텐츠가 아니다.
k드라마의 세계화 물꼬는 단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텄다. ‘오징어 게임’은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드라마 부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개의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이 거둔 엄청난 성과다.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에 안으며 92년 영화 역사를 새로 썼듯 ‘오징어 게임’도 미국 방송사에 최초의 기록을 썼다. 특히 국제 영화제인 아카데미와 달리 에미상은 미국 TV 프로그램이 중심이 돼 왔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더욱 값지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라 전 세계가 사랑해마지않는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영화의 드라마 버전 주연에 캐스팅돼 전 세계에서 문화의 아이콘이 됐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도 이상하게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선한 설정이나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소재기도 했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정교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극찬을 받았다. ‘우영우’는 ‘오징어 게임’ 이후 잠잠했던 K드라마의 열기를 되살렸다는 평까지 얻었다. 유명 해외 언론들은 ‘우영우’를 ‘제2의 오징어 게임’으로 주목했다.
‘우영우’의 힘을 알아본 넷플릭스는 본방과 동시 공개로 전 세계에 공개했는데, 종영 한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비영어권 TV 부문 10위권에 안착해 있다. 특히 9월 둘째 주까지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차트에서 7주 연속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넷플릭스에서 ‘우영우’는 무려 2197만 시간이나 스트리밍 됐다.
‘우영우’의 엄청난 인기 덕에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에서 리메이크 제안을 받는가 하면 우영우(박은빈 분)가 늘 먹었던 김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가 됐다. 이는 K드라마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신드롬의 중심에 서 있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사진=KBS2 제공 올 3월 종영한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는 지난달부터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국, 중국, 일본, 북미, 홍콩, 마카오 제외) 되고 있다. 공개되지 얼마 되지 않아 ‘신사와 아가씨’는 1849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시청 순위 5위에 올랐다.
주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주말 드라마는 시청률이 20~30%대로 높게 나오지만, 재벌가 남자 주인공과 가난한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등의 설정이 진부한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하다. ‘신사와 아가씨’ 역시 14세 나이 차가 나는 남녀주인공의 사랑,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 등 클리셰가 다수 등장해 진부하다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해외의 평가는 달랐다. 극적인 설정이 특징인 중남미 지역 일일 연속극(텔레 노벨라)에 익숙한 국가에서는 이런 내용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핍박받는 여자 주인공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남자 주인공에 열광했다. 이들 국가 시청자들의 보고 또 보기에 힘입어 넷플릭스 톱10까지 차트인하며, 한 번 보면 절대 끊을 수 없는 K드라마의 감칠맛을 보여줬다.
이처럼 K드라마는 다양한 장르, 탄탄한 스토리, 현실에 담긴 주제 의식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OTT의 확장과 함께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
K드라마가 미드처럼 탄탄히 뿌리를 내릴 수 있으려면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내실을 다져야 한다. 퀄리티 높은 작품을 적시에 선보일 수 있는지도 향후 K드라마 신드롬의 지속성을 가늠케 한다. 또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국내 OTT가 콘텐츠 제작에 힘쓸 수 있게 제작 지원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