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은 3일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가 우천 순연되기 전 "박병호가 내일 라이브(배팅)를 시작한다"며 놀라워했다. 라이브배팅에선 투수가 실전 경기와 비슷한 공을 던진다. 실전을 뛰기 전 컨디션을 체크하는 마지막 단계. 라이브배팅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2군 경기를 소화하거나 곧바로 1군에 등록된다.
박병호는 지난달 11일 전열에서 이탈했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루타를 때려낸 뒤 태그를 피해 2루를 밟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구급차에 실려 야구장을 빠져나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병원 세 곳에서 교차 검진한 결과, 결국 오른발목 앞뒤 인대 손상(파열)이 발견됐다.
빠른 복귀를 위해 박병호는 수술이 아닌 재활 치료를 선택했는데 최소 4주 공백이 불가피했다. 오는 8일 마무리되는 정규시즌 일정 내 복귀할지 불투명했다. 부상 직후 "빨라야 포스트시즌에나 복귀할 수 있다.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박병호는 빠르게 몸 상태를 추슬렀다. 지난달 20일 인천 SSG 랜더스 원정 때 1군 선수단에 합류, 원정 일정까지 동행 중이다. 그러면서 훈련량도 조금씩 늘렸다. 이강철 감독은 "걷는 건 평소처럼 걷는다. 이제 슬슬 조깅도 한다"며 "(예상보다 빠른 복귀에) 나도 놀랐다. 일반인의 회복력으로는 쉽지 않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고생 많이 했다. 여러 가지 좋은 치료 방법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오른발목을 다쳤다. 타격 시 체중을 지탱하는 왼발목과 달리 오른발목은 순간적으로 꼬임 동작이 발생한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는 체중(몸무게 107㎏)이 실린 상태로 심하게 삐었다고 보면 된다"며 "오른발목을 다쳐서 (타격할 때) 못 돌릴 줄 알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타격 훈련에선) 체중을 싣는 것까지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병호의 복귀는 천군만마다. 박병호는 올 시즌 120경기에 출전, 타율 0.273(425타수 116안타) 33홈런 93타점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3주가량 이탈했지만, 팀 내 홈런과 타점, 득점 1위. 특히 홈런은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28개)에 5개 앞선 리그 1위다.
박병호는 지난겨울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로 이적, 절치부심했고 과거의 명성을 조금씩 찾아갔다. 공교롭게도 KT는 박병호의 부상과 강백호의 타격 슬럼프(타율 0.252)가 겹쳐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박병호가 돌아오면 타선을 재정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3일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된 것도 나쁘지 않다. NC전이 8일 이후 편성되면 박병호의 실전 감각 테스트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규시즌 말미에 복귀해 가을야구까지 뛰는 프로세스가 가능하다. 이강철 감독은 "그렇게 하고 포스트시즌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낫다"며 "박병호는 한 방이 있으니까 하나 맞으면 '빅이닝(한 이닝 대량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