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은 1977년 데뷔 음반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1997년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정규 앨범 13장과 동요 앨범 4장 등 1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산울림 전작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된다.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과 201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녹음 기술상과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황병준은 “이전에 김창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왜 LP를 안 내냐고 한 적 있다. 뮤직버스와 어떻게 시간이 맞아 이번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물자가 귀할 때 릴 테이프를 다시 재활용했기에 실제로 릴 테이프가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김창완이 가지고 있던 릴 테이프로 작업 됐다. 최대한 릴의 소리를 그대로 빼내는 것이 목표였고, 최초로 녹음할 때 생기는 효과만 보정하는 작업을 했다. 원래 원본에 있던 것 중 변환 과정에서 변형된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완벽하게 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원본을 가감 없이 빼내서 작업했다. 이걸 고려하고 음반을 들어주면 의도가 잘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창완은 리마스터 프로젝트에 대해 “개인적으로 판권, 저작권 등 소유권에 관해 분쟁의 시간이 있었다. 십몇 년 만에 대법원 판결을 받고 소유권이 확정됐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형제의 문제라면 재고했을 것이다. 처음엔 복각판을 만들자는 줄 알았다. 리마스터 작업을 하자는 사람들이 ‘혹시 가요사에 남을 수 있을지 모르니 하자’고 하더라. 산울림 음악이 우리 형제만의 것이 아니라 마음먹고 하게 됐다”며 프로젝트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한 김창완은 리마스터 음원을 듣고는 “45년 전 내 목소리를 지금 내가 듣는다는 게 조금 슬프더라. 나는 ‘사라지는 것에 대해 미련 가질 것 없고, 세상에 스러지지 않는 것이 있느냐’는 인생 철학을 가지고 있다. 후회 없이 살려고 하는 철학으로 지키고 있는데 ‘지금 와서 저걸 끄집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하고 나니 쥬라기 공원이 따로 없더라. ‘산울림 DNA가 있을지도 몰라’라며 뒤적였던 릴 테이프에 이런 것이 있을 줄 몰랐다. 처음 리마스터링 테이프를 듣고 느낀 건 내가 순 엉터리로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구나 였다. 요새 내가 부르는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었다. 오리지널 테이프에서는 당시의 떨림과 불안이 다 느껴졌다. 그리고 45년 전 내 목소리가 ‘노래 좀 똑바로 해라’라고 나를 질책했다”고 털어놨다. ‘백일홍’,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열창한 김창완은 “나도 신곡을 낸다. 요즘 나만 보면 ’활동 안 하냐‘고 하는데, 어제 노래를 만들어 오늘 냈는데도 헌곡이 된다. 참 신기하다”며 신곡을 들려주기도 했다.
김창완은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 동안 고 김창익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막내 생각이 너무 나더라. ‘연주를 이렇게 해놨는데 숟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로 녹음이 됐네’ 싶었다. 상업적인 모든 걸 떠나 산울림을 지켜준 모든 사람에게 큰 선물이 될 거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창완은 “산울림의 음악은 산울림만의 것이 아니다. 산울림의 음악은 형제의 손을 떠나 살아있다. 우리 손을 떠난 지 오래됐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 손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생명력을 가진지 모르겠다”며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