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은퇴경기가 열리는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 도착해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기다리던 많은 야구팬들에게 사진을 해주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08/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21년을 돌아봤다.
이대호의 은퇴식이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부산 야구' 대표 아이콘인 그는 2001시즌 데뷔, 롯데의 두 번째 전성기(2008~2011시즌)를 이끌었고, 일본 무대에 진출해 소속팀 소프트뱅크의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살이었던 2016년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누볐다. 2017시즌 친정팀 롯데에 복귀, 5년 만에 롯데의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다.
이대호는 한국 야구 대표 아이콘이다. 남긴 기록, 상징성, 스타성을 모두 보여줬다. 그런 그도 KBO리그에선 '무관의 제왕'으로 남았다. 이대호는 선수로 나서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이대호의 은퇴경기가 열리는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는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많은 야구팬들이 모여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08/
- 은퇴식 당일이다. 실감이 나는가. "이미 (올스타전 이후) 은퇴 투어를 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짙게 느꼈고, '선수 생활이 끝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오지 않을 줄 알았던 10월 8일(은퇴식)이 빨리 온 것 같다." - 새벽부터 사직구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다. 아직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서, 출근길에 만난 팬들에게 더 많이 사인을 해드리지 못해 아쉬웠다. (아직) 야구선수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 마지막 경기에서 해내고 싶은 기록이 있나. "전혀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나름대로 (정규시즌에) 그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저 '우승을 하고 싶어서 KBO리그로 돌아왔다'고 말했는데, 이를 이루지 못하고 그저 후배들에게 짐을 떠안기고 도망가는 것 같아 죄송하다. 앞으로도 통화나 사적인 만남을 통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줄 것이다" - 내일 계획은. "은퇴 투어를 소화하며 잠을 많이 못 잤다. 은퇴사를 준비하면서는 눈물이 나서 더 그랬다. 오늘 새벽엔 딸이 몸이 안 좋아서 돌봐야 했다. 일요일(9일)과 공휴일인 월요일(10일)은 그저 쉬려고 한다."
- 은퇴 유니폼은 마음에 드는가. "원래 빨강색을 좋아한다. 디자인도 잘 나온 것 같다. 마음에 든다."
- 경기장 훈련을 소화하며, 은퇴를 실감한 사연이 있나. "준비한 은퇴다. 후배들에게도 해줄 수 있는 말을 모두 해줬다."
-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성적이 안 좋았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귀국한 날이다. 비난을 크게 받았다. 성적이 좋았을 때 받는 응원도 당연히 감사하고 기억에 남지만,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을 때는 허무감이 생긴다. 그렇다고 야구팬께 이런 고충을 알아달라고 할 수도 없다. 국제대회에서 잘 못 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는 건 영광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위로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인터뷰에 나선 이대호. IS포토
- 7일 기준으로 리그 타격 4위(0.332)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면서 노력했다. 운도 좋았다. 기회도 많이 왔다."
- 눈물을 보일까 봐, 사직구장에는 당분간 방문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오간 곳이다.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후배들은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사직구장)에 오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유니폼을 입어야 할 것 같고, 방망이를 돌려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길 게 분명하다."
- 故 최동원에 이어 롯데 소속 두 번째로 영구결번식을 치른다. "최동원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야구를 했다. 후배들도 그가 보여준 정신력을 잃지 않길 바란다."
- 한·미·일 무대를 모두 밟았다. 이대호의 야구 인생은 항상 도전이었다. "사실 미국 무대에서 더 뛸 수 있었다. 그러나 힘이 남아 있을 때 롯데의 우승에 기여하고 싶었다. (이를 이루지 못해) 죄를 짓고 떠나는 것 같다."
- 야구 인생에 점수를 준다면. "50점이다. 개인 성적은 괜찮은 것 같다. 편견과 많이 싸웠는데, 잘해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이 팀(롯데)에 우승을 안기지 못했다. 50점은 그런 이유다."
- 최근 불펜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퇴식에 특별 이벤트가 있나. "21년째 (투수로는)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