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한국시간) 2022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 가을 야구가 막을 올렸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PS)은 '이변의 드라마'다. 10일 끝난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시리즈(NLWC·3전 2승제)에선 김하성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정규시즌 101승 팀 뉴욕 메츠를 격침했다. 올 시즌 MLB의 PS 진출팀은 기존 10개에서 12개로 늘었다. 각 지구 1위 팀과 와일드카드 1~3위가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가운데 관심 있게 지켜볼 '비밀 병기'를 꼽아봤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선 신인 마이클 해리스 2세(21)를 주목할만하다. 지난 5월 말 MLB에 데뷔한 해리스 2세는 정규시즌 114경기에 출전, 타율 0.297 19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공·수·주에서 모두 깜짝 활약을 펼쳐 강력한 NL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애틀랜타 조지아주 출신이어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손색없다. 애틀랜타는 지난 8월 8년 총액 7200만 달러(1026억원) 장기 계약을 안기며 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올 시즌 놀라움을 선사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도 흥미로운 선수가 있다. 바로 신인 2루수 안드레스 히메네스(24)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1월 간판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를 메츠로 트레이드하면서 받았다. 체격(1m80㎝·73㎏)이 크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자랑한다. 빅리그 3년 차인 올해 146경기에서 홈런 17개를 때렸다. 첫 두 시즌 홈런이 8개였다는 걸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 도루까지 20개를 해내 팬그래프닷컴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6.1을 기록했다. 수비까지 올스타 수준이어서 PS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히메네스의 동료 선발 투수 트리스턴 매켄지(25)에게도 눈길이 간다. 매켄지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2번에 지명됐다. 프로필 기준으로 키(1m96㎝)가 상당히 큰데 몸무게는 74㎏에 불과하다. 깡마른 체격에서 나오는 95마일(152.8㎞/h)의 빠른 공과 '폭포수 커브'를 앞세워 팀 내 2선발을 꿰찼다. 빅리그 3년 차인 올 시즌 19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190개를 잡아 아메리칸리그(AL) 부문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AL 최다승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발 투수 크리스티안 하비에르(25) 역시 주목할 선수다. 하비에르는 지난 9월 5경기 월간 평균자책점이 0.32(28과 3분의 1이닝 1자책점)에 불과하다. 시즌 148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94개를 기록, 1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탈삼진 비율(K%)이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카를로스 로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의 탈삼진 퍼레이드가 PS에서도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LA 다저스 불펜 투수 에반 필립스(28)의 어깨는 무겁다. 기존 마무리 투수 크렉 킴브렐의 부진을 메워야 한다. 20대 후반 나이인 필립스는 애틀랜타,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거친 '저니맨'이다. 지난해 8월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뒤 기량이 만개했다. 90마일(144.8㎞/h) 중반대 속구에 크게 휘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다저스 불펜의 '믿을맨'으로 떠올랐다. 시즌 64경기 평균자책점이 1.14에 불과하다. 홈런왕 애런 저지가 버티는 뉴욕 양키스의 '비밀 병기'는 신인 오스왈도 카브레라(23)다. 카브레라는 올 시즌 빅리그에 데뷔해 44경기를 뛰었다.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내야 전 포지션과 좌익수, 우익수까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양키스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만능칼)'라는 평가다.
11년 만에 PS 무대를 밟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는 신인 유격수 브라이슨 스톳(25)이 '복병'이다. 스톳의 시즌 타율은 0.234로 높지 않다. 하지만 8월 6일 이후 출전한 50경기 타율이 0.290이다. 승부처에서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춰 하위 타선의 지뢰가 될 수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 2년 차 포수 칼 롤리(26)와 2년 차 선발 투수 로건 길버트(25) 역시 가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롤리는 시즌 타율이 0.211로 낮지만, 홈런 27개를 때려냈다. 배짱이 두둑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해낸다는 게 강점이다. 길버트는 100마일(160.9㎞/h)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를 조합,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올 시즌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선발 등판 경기에서 '최소 5이닝'을 해냈다. PS에선 루이스 카스티요, 로비 레이와 선발 삼각 편대를 이룰 전망이다.
이들의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정규시즌 내내 가능성을 보인 재목들이다. 과연 이들의 활약이 가을 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