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최근 3년(2019~2021) 연속 외국인 투수 교체 없이 한 시즌을 치렀다. 2019시즌엔 라울 알칸타라와 윌리엄 쿠에바스, 2020~2021시즌은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와쿠에바스 체제였다. 이 3년 동안 KT 외국인 투수들은 제 몫을 다했다.
올 시즌은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회복세가 더뎠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 부상 악재에 시달리던 KT는 결국 교체 카드를 썼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가 바로 웨스벤자민(29)이었다.
팀에 합류한 벤자민은여러가지로 주목받았다. 미국 무대에서 뛰던 시절,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도전한 양현종과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그냥 팀 동료가 아니라, 사적으로 식사도 할 만큼 친했다. 그런 벤자민이 KBO리그에 입성했기에 더 주목받은 게 사실이다.
친화력도 좋았다. 한국행이 결정된 뒤 언어를 배웠다. 팀원 이들을 빠른 시간에 외웠고, 글을 읽고 쓸 줄도 알게 됐다. 이강철 KT 감독과 베테랑 박병호도 감탄할 정도였다.
실력은 더 짱짱했다. 첫 등판(6월 9일)에선 긴장한 탓에 과욕을 부렸고, 팔꿈치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2주 만에 회복한 뒤 복귀,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7월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등판한 15경기에서 단 한 번도 3자책점 이상 기록하지 않았다.
KT의 3위 수성 분수령이었던 10일 NC 다이노스전도 그랬다. 1회 초 노진혁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1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6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역전 발판을 만들었다. KT는 4회 말 장성우의 3점 홈런으로 역전했고, 벤자민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전날까지 승운이 없어 4승에 그쳤지만, 이날 5승째를 마크했다.
포스트시즌(PS) 벤자민의 퍼포먼스는 더 기대된다. 현재 4위인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3경기(20이닝)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다. 10일 기준으로 KT는 3위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이를 이룬다는 전제 아래 3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를 기다려 키움을 만난다면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주전 포수 장성우는 "오랜 시간 많은 외국인 투수를 겪어봤다. 제구가 좋은 투수가 결국 KBO리그에서 살아남더라. 막 팀에 합류한 벤자민에게 주 무기를 묻자 컷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라고 하더라. 이미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성공할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KT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부상 악재를 이겨내고 만든 쾌거다. 복덩이 벤자민의 공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