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점령한 IPTV 3사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놔 눈길을 끈다. 자체 OTT를 출시하며 '넷플릭스 타도'를 외쳤던 과거와 달리 여러 미디어를 포용하는 'OTT 포털'을 자처하고 나섰다.
"IPTV서 넷플릭스 시청 편하게"
10일 업계에 따르면 IPTV 3사는 OTT 시청에 특화한 서비스 고도화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업계 1위 KT는 '올레tv' 브랜드를 '지니TV'로 개편하고, IPTV를 넘어 '미디어 포털'로 도약한다고 선언했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지난 4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년간 OTT와 경쟁하는 관계가 되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들과의 공존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내년에는 모든 OTT가 모이는 포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니TV의 가장 큰 변화는 미디어 포털 도입이다. 새로운 UI(이용자 인터페이스)는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 리모컨 방향키를 10회 이동해야 했던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 2회 이동으로 확 줄였다.
OTT 전용관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한 화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내년 초에는 티빙도 추가할 예정이다. 미디어 포털 소개 자료에 경쟁사 SK텔레콤이 출범한 웨이브도 포함하며 개방성을 부각했다.
지니TV 업데이트는 이달 '셋톱박스A'를 시작으로 대상 모델을 확대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연내 OTT 접근성을 높인 IPTV를 선보인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이동통신사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유플러스 3.0' 시대를 선포하면서 IPTV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실시간 채널과 OTT의 데이터를 합쳐 고객의 시청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OTT 경쟁이 격화하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PTV로 다양한 OTT를 시청할 수 있는 'OTT TV'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직접 OTT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견지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의 사례처럼 독점 제휴 기조에 변화가 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연내 OTT TV를 개시할 정도로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며 "타사와 달리 구글 인증을 받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기반이라 98%의 셋톱박스를 곧바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확장성이 경쟁력이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변신을 시도 중인 경쟁사와 달리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OTT 필수 파트너인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지급을 두고 장기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IPTV 가입 없이도 OTT와 일부 채널을 볼 수 있는 스마트 TV용 스트리밍 디바이스 '플레이제트'를 올해 2월 출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월 이용료 없이 원하는 OTT에 구독해 계정을 등록하면 된다. 드라마·예능·스포츠 등 40여개 스트리밍 채널과 500여편의 영화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OTT 전환 가속하는 미국
이처럼 IPTV 3사가 경쟁 관계인 OTT를 품기로 한 것은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이 집계한 미국 미디어 점유율에서 스트리밍이 올해 7월 처음으로 케이블 TV를 0.4%포인트 앞지르며 1위에 올랐다. 이어 8월에는 35%의 점유율로 케이블 TV(34.5%)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스트리밍 서비스 안에서는 넷플릭스(7.6%)·유튜브(7.6%)가 훌루(3.7%)·프라임 비디오(2.9%)·디즈니 플러스(1.9%)를 압도했다.
도준호 한국방송학회장은 올해 초 논문에서 "결국 향후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어떤 핵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미디어 기업의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