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 K리그1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승점 76(22승 10무 5패)이 된 울산은 우승 경쟁을 벌이던 2위 전북 현대(승점 70·20승 10무 7패)를 제치고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를 확정했다. 2005년 이후 17년 만의 리그 정상이다. 울산은 1996년, 2005년에 이어 세 번째 리그 우승을 이뤘다. 울산 현대 호랑이 구단은 2022년 호랑이해에 세 번째 별을 달았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지킨 건 대단한 일”이라며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시즌 시작하면서 몇몇 선수의 이적도 있었다. 어떻게 대처할지 매일 고민했다. 다행히 좋은 선수들을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 울산을 K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 역대 네 번째(조광래, 최용수, 김상식에 이어 4호)로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리그 우승을 경험한 주인공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10년 대운설’의 주인공으로, 올해는 꼭 우승할 것이라는 희망을 울산 팬들에게 심어준 바 있다. 1992년 포항제철(포항 스틸러스 전신)에 입단한 그는 프로축구에서 신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10년 뒤에는 대표팀 주장으로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다. 2012년엔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2032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이렇게 웃게 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경기에서 패한 강원의 최용수 감독은 “17년 만 리그 우승한 울산과 홍명보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며 “홍명보 감독이 상당히 많은 부담을 느끼고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안색도 좋지 않아 보였다. (중국 리그에서 1패를 포함해) 홍 감독과 지도자 맞대결에서 내가 5전 5패다. 부끄러운 결과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양보란 건 없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이기고 싶고, 넘어서고 싶은 축구 선배”라고 했다.
17년 만에 우승한 울산은 ‘준산(준우승+울산)’ 오명을 벗어던졌다. K리그 최다 준우승팀(10회) 울산은 최근 3시즌 연속 리그 막판 전북에 밀려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2019시즌 울산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항에 1-4로 패하며 전북에 다득점(전북 72, 울산 71)에서 밀려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2020시즌과 2021시즌에도 전북과 맞대결에서 일격을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도 순탄치 않았다. 공격수 이동경(샬케 04),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이상 독일), 오세훈(시미즈 에스펄스·일본)이 차례로 해외 리그로 떠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FA(대한축구협회)컵 준결승전에서 전북과 120분 혈투를 펼쳤으나, 1-2로 무릎을 꿇었다. 리그 선두를 내내 달렸지만, 최근 전북과 승점 격차가 10점에서 5점 차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울산은 리그 우승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ACL, FA컵 대신 리그 우승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통했다. 전북과 맞붙은 FA컵 준결승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그 결과 FA컵 직후 치른 리그 경기에서 전북을 2-1로 꺾었다. 이어 포항과 1-1로 비기면서 우승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울산은 강원을 상대로 22경기 연속 무패(18승 4무) 행진을 이어갔다. 울산은 2012년 7월 15일 홈에서 강원에 2-1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최근 10년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역대 전적에서도 24승 5무 2패로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4전 전승이다.
이날 경기 선제 득점은 강원에서 나왔다. 후반 20분 강원 미드필더 정승용이 울산 문전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의 반칙을 끌어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주심은 온필드리뷰(VAR)를 거쳐 페널티킥을 최종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강원 공격수 김대원이 골대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차 넣었다. 김대원의 올 시즌 12호 골. 양 팀 벤치의 희비가 엇갈렸다.
위기의 울산에 ‘새끼 호랑이’ 엄원상과 ‘헝가리산 탱크’ 마틴 아담이 있었다. 후반 29분 마틴 아담의 헤딩 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문전으로 침투하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엄원상의 리그 12호 골. 이어 후반 40분엔 마틴 아담이 울산의 코너킥 상황에서 김기희가 건넨 공을 몸으로 밀어 넣으며 결승 골을 넣었다. 마틴 아담의 리그 9호 골.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원정석을 메운 1234명의 울산 원정 팬의 환희로 경기장이 가득 찼다. 경기 후 엄원상은 "울산에 와서 한 시즌을 좋게 마무리해 영광스럽다. 많은 팬의 응원 덕분에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울산 주장 이청용도 "1위를 지켜오면서 자부심을 많이 느꼈다. 기쁜 한 시즌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