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축구 열풍을 일으키며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박항서(63)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 5년 만이다.
베트남축구협회(VFF)는 “박항서 감독과 양측 합의 아래 2023년 1월 31일 종료되는 현재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17일 전했다. 따라서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치르는 마지막 공식 대회는 오는 12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2 AFF(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스즈키컵)으로 확정됐다.
박항서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여러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겼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4위를 이끌었다. 2019년 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의 성적을 냈고,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진출시켰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써 ‘축구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한국에선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빗대 ‘쌀딩크(쌀+히딩크)’로 불렸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1월 VFF와 1년 계약 연장에 합의한 박항서 감독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지난 5년은 내 축구 인생에서 단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며, 매 대회에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결과가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선수들과 협회, 그리고 베트남 국민께서 무한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오랫동안 제 임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고 행복했던 5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박항서 감독은 “그동안 받았던 사랑이 과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감독직을 내려놓더라도 이 성원을 보답할 수 있게끔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2017년 취임 당시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양국의 관계가 저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면,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