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 신청 후 병무청의 입영 절차를 따르기로 하면서 글로벌 K팝 팬들의 시선이 국내로 모이고 있다.
진은 ‘만 30세까지 입영 연기’를 통해 계속해서 방탄소년단으로서 활동을 이어왔다. 이를 자체 철회하기로 하면서 현역 입대가 목전을 앞두고 있다. 진은 다음 달 4일 생일이 지나면 만 30세가 되게 된다.
진은 지난 15일 진행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에서 “마지막 콘서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입대로 인해 그룹 완전체 활동이 당분간 어렵게 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진 이후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그룹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7인 완전체라는 대원칙을 지켜왔기에 멤버들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동안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이름을 건 활동이 많지는 않으리라는 추측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의 입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비단 국내·외 아미(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이름)뿐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 팝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K팝의 지형도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는 글로벌 팝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8년부터 미국 빌보드 1위 자리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기며 K팝 전체가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이후 이 길을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등이 이어 걸으며 K팝 시장 전체를 확장했다.
슈퍼엠의 경우 프로젝트 그룹인 데다 역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멤버들이 있어 당장 활동에 나서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트레이 키즈의 약진은 큰 기대를 안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한국 시간으로 17일 빌보드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차트에서 미니앨범 ‘맥시던트’(MAXIDENT)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3월 발매한 ‘오디너리’(ODDINARY)에 이어 또 한 번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며 북미 지역에서의 탄탄한 팬덤을 입증했다. 두 번의 1위 기록으로 스트레이 키즈는 올해 빌보드 최초로 다수의 작품을 빌보드 200 1위에 진입시킨 아티스트가 됐다. 빌보드 200은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과 함께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로 꼽힌다.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 등 점수를 합산해 한 주 동안 미국 현지에서 가장 인기를 누린 앨범 순위를 매긴다. 스트레이 키즈는 11만여장의 앨범 판매량을 달성했는데, 이는 올해 발매된 앨범의 판매량 중 4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걸 그룹까지 지평을 넓히면 블랙핑크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정규 2집을 발매하고 서울에서 월드투어의 신호탄을 쏜 블랙핑크는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지로 향해 역대 K팝 걸 그룹 최대 규모인 15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월드투어에 본격 돌입한다. 그 출발점인 북미 공연은 오는 25~26일 댈러스를 시작으로 휴스턴, 애틀랜타, 해밀턴, 시카고, 뉴어크, LA 등 7개 도시에서 14회에 걸쳐 진행된다.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에 이어 K팝 가수 가운데 네 번째로 빌보드 200 정상을 밟은 블랙핑크는 빌보드로부터 ‘글로벌 최강자’라는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빌보드는 다섯 명의 평론가와 나눈 대담을 지난달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14년 동안 이어진 여성 그룹의 빌보드 200 차트 1위 부재를 깨뜨렸다. 이는 미국 내 블랙핑크의 존재감이 바위처럼 단단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한 블랙핑크를 “K팝을 정의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고 “K팝의 부상은 걸 그룹에 대한 관심을 재점화시켰다. 블랙핑크가 그 흐름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었다”고 언급했다. 솔로 아티스트 중심이었던 팝 시장은 방탄소년단의 등장으로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걸 그룹 블랙핑크까지 가세하며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K팝계의프론티어로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업계를 이끌어갈 방탄소년단. 이들의 인상적인 활동을 토대로 K팝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팝 시장에 계속해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