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18일 제16대 감독으로 박진만(46) 감독을 선언했다. 조건은 계약 기간 3년, 최대 총액 12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연 5000만원)이다.
삼성은 지난 8월 1일 허삼영 감독이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박진만 2군 감독이 1군에 올라와 감독 대행으로 잔여 정규시즌을 치렀다. 허삼영 감독 체제에서 38승 2무 54패로 리그 9위였던 삼성은 박진만 감독 대행 체제에선 28승 22패로 같은 기간 리그 4위를 기록했다.
7위로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차기 감독 인선에 들어갔다. 모그룹에 감독 후보로 보고한 건 3명. 3명의 후보군 중 모그룹이 낙점하는 구도지만 구단 내 평가가 달랐다. 삼성은 '차기 감독'으로 박진만 감독 대행을 밀었다. 구단 관계자는 "희망하는 사람을 1순위로 올리지 않나. 솔직하게 말하면 (박진만 감독 대행이) 1순위였다"고 귀띔했다. 모그룹이 구단 의사를 수용, 17일 저녁 박진만 감독 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을 확정했다.
관련 결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여러 하마평이 나돌았다. 지난 14일 홍준표 대구 시장이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을 삼성 감독으로 추천하면서 묘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태형 전 감독은 두산과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고 그의 빈자리를 '삼성 레전드' 이승엽이 차지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김태형 전 감독은 삼성 차기 감독 후보가 아니었다. 모그룹이 뜬금없이 외부 인사를 낙점하지 않는 이상 박진만 감독 대행의 감독 승격은 예정된 수순에 가까웠다. 마무리 캠프 명단 작성에 박진만 감독이 관여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삼성의 감독 발표를 지켜본 A 구단 단장은 "감독의 옵션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라고 놀라워했다. 그동안 감독 계약에 성적에 따른 옵션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비공개로 유지하는 게 관례에 가까웠다.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힌 삼성에 대해 '박진만 감독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총액을 최대한 늘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두고 구단 관계자는 "옵션 내용에 대해선 답을 할 수 없다. 서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잘해보자는 의미"라고 촌평했다.
선수 시절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SK 와이번스를 거친 박진만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격수다. 개인 통산 골든글러브를 다섯 번(2000·2001·2004·2006~2007) 받기도 했다. 2015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2016년 SK 1군 수비 코치를 거쳐 2017년부터 삼성에서 코치 경력을 쌓았다. 2군 수비 코치, 1군 수비 코치, 2군 감독 등을 두루 경험했고 감독 대행에 이어 마침내 정식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선수단 모두가 혼연일체의 마음으로 팬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오는 26일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박진만 감독의 취임식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