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스마트폰화'되고 있다. 무선 업데이트 기능에 더해 무선 충전 시스템도 탑재했다. 삼성의 스마트폰처럼 서로의 배터리를 공유할 수 있는 전기차까지 등장했다. 거대한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젠 자동차도 '무선 업데이트'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은 무선 통신 모듈을 이용해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차량 내 소프트웨어를 최신화하는 기능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고객도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법규에 맞춰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이른바 '카인포테인먼트(자동차에서 음악·동영상·게임 등을 무선으로 즐기는 것)'와 성능 개선 등 소프트웨어 영역만큼은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는 이미 2021년 OTA를 상용화했다. 세계 최다 OTA 업데이트 수를 보유하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C40과 XC40 리차지를 시작으로 향후 모든 차종에 OTA 기능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르노삼성, BMW 등이 국내에서 OTA 임시 허가를 받고 서비스하고 있다.
업계가 앞다퉈 OTA 개발 및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엔 차를 많이 파는 게 중요했지만, 전기차 등 모빌리티 시대에는 차량 내 탑재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40% 수준인 OTA 업데이트 탑재 차량 비중은 2025년 7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가 OTA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2022년 약 350억 달러(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먼 미래가 아닌 것이다.
또 OTA는 대규모 리콜(자발적 시정조치)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1만2000여 대를 리콜했다. 1만대가 넘는 대규모 리콜에도 불구하고, OTA를 통해 곧바로 이뤄지면서 소비자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했다.
테슬라 관계자는 "당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했는데, 불과 4일 만에 리콜 대상 차량 중 99.8%가 업데이트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OTA를 지원하지 않는 기존 차량의 경우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결함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리콜을 마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또 리콜 규모가 클 경우 리콜 대상 차들이 한 번에 서비스센터로 몰리면서 리콜 대상 차주들뿐 아니라 일반 차주들도 서비스 대기 기간이 길어져 불편함이 크다.
반면 OTA가 적용된 차량의 경우 차주들은 집에서도 신속히 업데이트를 진행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완성차 기업들도 전장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전기차는 '무선 충전'
최신 스마트폰의 대표 기능 중 하나인 무선 충전 역시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최근 제네시스 강남, 제네시스 수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등 3곳의 전기차 충전소에 각각 1기의 무선 충전기를 설치, 시범 운영 중이다.
앞서 서초그랑자이, GS타워, 롯데월드타워 등 제휴 업체가 운영하는 무선 충전기까지 포함하면 총 23기를 설치한 상태다.
무선 충전 시스템이 탑재된 GV60와 GV70 전동화 모델로 무선 충전을 경험할 수 있다. 차량을 충전기 반경 10m 이내로 접근시킨 뒤 변속기를 P단으로 체결하면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무선 충전기를 선택하십시오”라는 팝업 화면이 뜬다. 여기서 충전기를 선택한 후 서라운드 뷰 모니터에 표시되는 주차 가이드에 따라 차량을 패드 위에 주차하면 된다.
주차가 완료되면 서라운드 뷰 미터 차량 위에 충전 가능 상태를 의미하는 녹색 아이콘이 나타나고 이때 차량의 전원을 끄면 무선 충전이 시작된다. 무선 충전 기능을 사용할 때 운전자가 할 일은 바닥에 설치된 충전 패드 위에 차량을 주차하고 차 안에서 몇 가지 기능을 조작하는 것이 전부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파워 셰어' 기능을 탑재한 차량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의 경우 버즈 케이스(이어폰), 갤럭시 워치(스마트워치)를 충전하거나 일부 충전량을 다른 휴대전화와 공유할 수 있다.
볼보는 차세대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90’에 이와 유사한 ‘양방향 충전’ 기능을 탑재키로 했다.
양방향 충전은 여러 전기차가 서로 가상의 발전소를 형성해 이동 중에도 생활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바퀴 달린 배터리의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전력망의 수요와 가격이 낮을 때 충전을 하거나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가정은 물론 다른 전자 제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호환이 가능할 경우 다른 전기차와 서로 충전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볼보 관계자는 "양방향 충전을 통해 외출할 때 전기 자전거를 충전하는 것부터 주말 캠핑 여행을 위해 야외 조리 기구를 연결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엔진, 파워트레인 등 하드웨어(HW) 경쟁에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로 경쟁의 축을 옮기고 있다"며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