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희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은 첫 '여자야구인 회장'이다. 전임자들은 정치인, 남자야구인, 법조인 출신이었다. 황 회장은 달랐다. 지난해 투표를 통해 제6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전임 회장들과 달리 2008년부터 여자야구 선수로 뛰었던 인물이다. 회장 부임 전까지 소속팀 다이노스 여자야구단 감독까지 맡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집행부와 대회 참가를 병행했다.
직접 여자야구를 뛰어봤기에 황정희 회장에게도 LX배한국여자야구대회(LX배) 부활은 의미가 특별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여자야구가 다시 나아갈 동력을 얻게 됐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황 회장은 "LG그룹이 2012년부터 계속 지원해주셨으나 2019년 아프리카 돼지열병,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대회를 열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울진 여자야구대회 때 구본준 LX그룹 회장님을 처음 뵀다. 그 자리에서 대회를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코로나19로 작년에는 열리지 못하고 올해 그 약속을 지켜주셨다. 이렇게 대회를 열어주신 구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돌아봤다. 그는 "연맹 회장인 나보다 구본준 회장님의 여자야구 사랑이 더 크신 것 같다. 내가 야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여자야구에 관심을 가져오셨던 분"이라고 했다.
황정희 회장은 "연맹 회장을 맡은 후 기업 주최 대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행부로 대회를 준비해보니 확실히 다른 대회와 차이가 있다. 물론 지자체 주최 대회 때도 지자체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하지만 예산 등 운영 측면에서 기업 주최 대회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최지가 이천 LG챔피언스파크인 것도 큰 메리트다. 황정희 회장은 "전국 여자야구팀이 47개가 있는데, 이 중 30개 정도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다른 전국 대회를 치르는 곳은 익산, 경주, 울진 등이다. 지자체 지원과 구장 상황에 따라 전부 지방에서 치러지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당진 주니어를 비롯해 리틀야구를 거친 중·고교 선수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이 금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 보니 지방대회 참여도 어려웠다"며 "프로 구장에서 치르다 보니 선수들의 반응도 다른 것 같다.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던 마운드를 밟고, 그라운드에서 뛰다 보니 만족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LX배는 우승팀 등에 상금이 수여된다. 지자체 대회는 상금 수여가 쉽지 않다. 이번 울진 대회가 처음이었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 구본준 회장님이 여러모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이라며 "구본준 회장님만큼이나 야구에 애정을 가지신 기업인분들도 많이 계신 거로 안다. 다른 기업인분들도 구 회장님처럼 여자야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황정희 회장은 "내가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팀도 몇 개 없었고 대회 수도 많지 않았다. 여자 야구팀이 있어도 선뜻 시작할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지금은 미디어도 있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환경도 많이 나아졌고, 야구인들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며 "그동안 KBO(한국야구위원회) 등 야구계는 여자야구를 키울 유인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을 키울 엘리트 여자 야구부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야구인 출신 지도자들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여자야구가 성장할수록 야구계가 함께 크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다. 체육계와 교육계에 걸쳐있기에 회장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지만, 하나씩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