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1·마요르카)이 발렌시아 상대로 리그 2호 골을 기록했다. 그의 득점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강인은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친정’ 발렌시아와 2022~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 마요르카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4경기 무승(1무 3패) 고리를 끊은 마요르카는 11경기 3승 3무 5패(승점 12)를 기록, 12위로 올라섰다.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득점 덕에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포’ 베다트 무리키와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38분 역전 골을 넣었다. 페널티 박스 왼쪽 지역에서 공을 받은 이강인은 현란한 상체 페인팅으로 수비수 둘을 농락한 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발렌시아의 골문을 열었다. 시즌 2호 골이자 8경기 만에 터진 득점포. 이강인은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올리며 자신을 키워준 발렌시아를 향한 예우를 보였다.
‘이강인 더비’의 주인공은 단연 이강인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이강인을 선정했다. 소속팀 마요르카는 SNS(소셜미디어)에 “LEE KING IN”이라고 적으며 왕관 이모티콘을 더해 이강인의 득점을 조명했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도 이강인에게 평점 7.65를 부여하며 활약을 인정했다.
경기 후 이강인은 “발렌시아는 내게 모든 것을 준 팀이다. 그 팀(발렌시아)이 잘 되길 바란다. 나는 이곳에서 성장했다. 내가 여기에 있을 때, 나를 지지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득점 후)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발렌시아에서 있었던 10년 동안의 감정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맹활약을 펼친 이강인의 시선은 대표팀으로 향한다. 이강인은 늘 벤투 감독의 뒷순위에 있었다. 벤투 감독은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고, 왕성한 활동량을 지닌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이강인의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이강인을 전방에 배치하기에도 벤투호의 색깔과 맞지 않았다. 결국 이강인은 벤투 감독에게 외면받았다.
지난달 A매치 기간, 이강인은 1년 6개월 만에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새 시즌 들어 이강인의 기량이 진일보했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피지컬도 꽤 좋아졌다. 드리블이라는 본인 최대의 장점은 살리되, 공을 끄는 시간은 줄였다. 무엇보다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이 대표팀 발탁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뛰지 못했다. 이강인은 9월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카메룬)에서 벤치만 지켰을 뿐, 단 1분도 잔디를 밟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이 피치에 서지 못하자 답답한 팬들은 카메룬전 후반,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끝내 이강인을 내보내지 않았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은 오는 11월 12일 발표된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기존 23인에서 세 명 늘어난 만큼, 이강인이 꾸준히 활약한다면 카타르로 향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다만 카타르에 가더라도 경기에서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한 방’이 있음은 이전부터 꾸준히 증명했다. 굳은 벤투 감독의 마음이 돌아서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