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명주.(사진=인천 유나이티드) 2022년 프로축구 K리그1에서 가장 빛난 스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팀을 가장 크게 바꿔 놓은 선수’를 꼽으라면 아마도 그의 이름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베테랑 미드필더 이명주(32)다. 그는 만년 강등 후보로 불리던 인천을 올 시즌 4위로 이끌었다.
지난 24일 열린 2022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그는 무관에 그쳤다. 베스트11 미드필더 포지션에서는 최우수선수(MVP) 이청용(울산 현대)과 올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린 김대원(강원FC), 팀을 상위권으로 이끈 신진호(포항 스틸러스)와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세징야(대구FC)가 베스트11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명주는 투표인단인 감독·선수·미디어로부터 고른 표를 얻어 활약을 인정받았다. 2명을 뽑는 중앙 미드필더 부문에서 상을 받은 신진호와 세징야 바로 다음 순위의 탈락자가 이명주였다.
24일 시상식장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이명주는 인천을 4위로 이끈 주역이라는 말에 “자랑할 게 없다. 내가 팀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서 인천을 선택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에게 극찬을 보냈다. 인천의 센터백 김동민은 “명주 형이 올해 정말 많은 역할을 해줬다.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을 선보였고, 공격 시에는 상대 박스까지 침투해서 골까지 넣어줬다. (이명주의 활약이) 정말 중요했다. 라커룸 분위기를 잘 조성해줬고, 결과가 좋을 때나 아닐 때나 다음 목표를 향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이야기해줬다.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했다. 인천 중원의 지휘자 이명주.(사진=프로축구연맹) 이명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으로 이적했다. 2012년 포항에서 데뷔한 그는 데뷔 시즌 신인왕을 거머쥐며 주목받았다. 2년 차에는 34경기 7골 4도움으로 포항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후 알아인·알와흐다(이상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리그에서 뛰었던 그는 올해 인천의 ‘파검(파란색+검정색) 유니폼’을 입었다. 기량과 노련함을 갖춘 이명주는 인천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인천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시즌 연속 파이널B(K리그1 하위팀 그룹)에 속했다. 늦가을이면 인천은 강등을 면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했다. 강등 직전까지 몰렸다가도 기어이 살아나는 끈적함에 ‘생존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었다. 인천 팬들에게 늦가을은 ‘사느냐 죽느냐’를 두고 가슴을 졸이던 계절이었는데, 올해는 달랐다.
올 시즌 인천이 달라진 점을 꼽으면 바로 이명주가 가세한 것이다. 이명주는 34경기에서 4골 5도움을 올렸다. 팀 내 득점 공동 3위·도움 1위다. 이명주는 왕성한 활동량·우월한 경합 능력을 발휘해 중원의 구심점 노릇을 했다. 인천 빌드업도 이명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팀 내 최다 패스(1425회) 기록도 그의 차지였다.
이명주와 인천의 시즌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희망이 남아있어서다.
오는 27일과 30일 홈앤드어웨이로 열리는 FA컵 결승전(FC서울-전북 현대)에서 전북이 우승하면 인천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ACL 티켓을 얻는다. ACL 티켓은 리그 1~3위 팀과 FA컵 우승팀에 주어지는데, 리그 2위 전북이 FA컵에서 우승하면 리그 4위 팀 인천까지 진출권을 얻는다.
2022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명주.(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이명주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며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K리그로 돌아와서 충분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FA컵 결승에서 전북의 승리를 바라는 건 당연하다. (ACL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했다면 더 행복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시즌 모든 선수가 하나의 목표를 보면서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ACL 진출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강팀의 기반을 쌓아가 우승을 하는 게 진짜 목표라고 했다. 이명주는 “(우승을) 진심으로 바란다. 목표를 크게 잡았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팀이 좋은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가고, 이것이 대물림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나중에 신입 선수들이 팀에 오면 기존 선수들이 (전통과 철학을) 알려주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하려면 우승이라는 큰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언젠가 인천도 강팀이 돼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