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슬기의 재발견이다. 밝고 유쾌한 이미지로 친숙한 김슬기가 2일 개봉한 영화 ‘고속도로 가족’에서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다.
영화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세상살이에 관한 두려움과 걱정,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온기와 사랑, 용서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김슬기는 극 중 세 아이의 엄마이자 고속도로 가족의 정신적 지주인 지숙으로 열연을 펼쳤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정신적 아픔이 있는 남편 기우(정일우 분)를 유일하게 감싸 안으며 지숙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완성, 극의 중심을 다잡았다.
2011년 연극 ‘리턴 투 햄릿’으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경력 11년 차가 된 김슬기는 “계속 나를 지우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었고, 어떤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기억이 났다”고 ‘고속도로 가족’의 의미를 되짚었다.
〈일문일답②로 이어집니다〉 -영화에서 이렇게 큰 비중을 맡은 건 처음이지 않나. “계속 기다려왔던 역할이다. ‘국가대표2’에서도 비중이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분위기의 작품과 배역은 너무 기다렸던 것이라 남다르고 애틋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처음부터 내 취향이었다. 나에게 들어온 작품이 맞는지 재확인했다. 대본에서 지숙이는 대사, 비중도 거의 없어서 내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살고, 죽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내가 존재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대사가 많지 않아도 존재감이 느껴지고 표정, 눈빛으로 말할 수 있었던 역할이었다.”
-연기적 갈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을 찍으며 내가 어떤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기억이 났다. 그걸 일깨워 준 작품이다. 어떤 연기, 어떤 배우가 되고 싶었는지 방향성을 찾게 됐다. 실제 30대도 됐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감독에게 캐스팅 이유를 들은 적이 있나. “라미란 선배가 먼저 캐스팅됐고 일우 오빠와 내가 그다음이었다고 한다. 감독이 코미디 연기를 하는 사람의 뒷면을 봤다고 하더라. 김슬기의 뒷면을 제일 먼저 꺼내 보이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이 ‘고속도로 가족’을 어떻게 봤으면 좋겠나. “다양한 관점,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제한하고 싶지 않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얼마 전에 허지웅 작가의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책을 봤는데 그 단어가 우리 영화와 잘 어울린다 여겼다.”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영선이 기우 가족을 구원한 게 맞나, 해체를 시킨 건 아닌가, 선한 한명의 시민이 과연 이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까 등 관객이 다양한 시각으로 결말을 볼 수 있게 감독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열린 관점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감독의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 실제 두 번, 세 번보면 집중되는 인물이 변한다.” -책임감이 강한 엄마 지숙 역할을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타이밍이 좋았다. 조카가 생긴 시점에 지숙 역할을 맡았다. 아니었으면 겉핥기로만 연기했을 것 같은데 영화를 통해 아이에 대한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 친언니를 보면서 엄마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만삭의 임산부라 극 중 뛰는 장면이 있는데 친언니에게 전화해서 이 정도 개월 수 임산부는 배를 잡는지 허리를 잡고 뛰는지 물어보며 연기했다.”
-꾸리고 싶은 가정에 대해 생각도 했을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 평범한 게 제일 힘들다고 하지만 이를 목표로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조카를 안고 친언니 부부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완벽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이게 가족인가 싶었고 내 가정이 큰 위로와 울타리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을 위해 노력한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우리를 편하게 생각하고 부모처럼 느낀다면 이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겠다 싶었다. 최대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하루에 한 번씩 안아주기도 하고 매일 새로운 방법으로 놀아줬다. 쎄쎄쎄, 끝말잇기, 술래잡기, 아이돌 댄스 추기 등을 했다. 바람만 불어도 좋아하는 나이여서 표정으로 놀아줘도 엄청 좋아했다.”
-극 중 기우에게 ‘오빠만 제발 가주세요’라며 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대본으로 읽을 때도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었다. 그만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니까 오히려 현장에서 집중이 잘 안 됐다. 완성된 장면을 보고 아쉬운 것만 보였다. 관객, 감독들은 다 인상 깊었다고 해주더라. 지숙의 핵심이자 절정인 부분이다. 부담감을 이기고 상대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눈에 보이는 남편 기우에게 집중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