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는 국민MC 유재석을 당황케 하는 ‘마라맛 누나’로 익숙한 방송인 이경실이 무려 3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1987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경실은 사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정통 배우 출신이다. 그는 대학 시절 연기를 수련, MBC 입사 후 국민에게 화통한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원래부터 배우를 지망했던 이경실은 정극 연기도 꾸준히 해왔다. 히트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를 비롯해 ‘살맛납니다’, ‘로맨스 타운’, ‘애자언니 민자’, ‘각시탈’, ‘사랑과 야망’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의 재미를 빛내주는 ‘신스틸러’ 이경실이 다음달 21일부터 2023년 2월 5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르는 원로배우 이순재의 연출작 연극 ‘갈매기’로 오랜만에 컴백한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는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로 불린다.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과 처절한 갈등, 인간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갈매기’의 개막을 앞두고 한창 맹연습 중인 이경실과 서면인터뷰로 만났다.
- 3년 만에 정극 연기 복귀다. 이 연극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늘 연극 공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연극 무대는 1989년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 이후 33년 만이다. 무엇보다 이순재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정말 영광이고 설레는 일이지 않나. 공연, 섭외 소식을 전해 듣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이순재 연출가와는 따로 인연이 있나. “아마 선생님이 나를 방송국을 오며 가며 인사 잘 하는 후배로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호호호. 그저 존경의 마음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인사드린 게 전부다. 언제나 늘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주셔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갈매기’는 뛰어난 연극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대중이 아는 이경실을 이 연극에서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사실 번역극을 그리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웃음). 안톤 체호프의 작품 중 ‘갈매기’는 비교적 희극에 가깝다. 해석이 다양한 만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나 역시 어떻게 보여질지 예측이 안 된다. 되도록이면 한국적인 연기를 보여주려 한다. 공연 전까지 달라질 부분도 있겠지만 뽈리나 캐릭터가 이 연극에서 유일하게 웃음 짓게 하는 캐릭터인만큼, 집사 부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묵묵히 표현하려 한다.” -부부 역할이라 강성진, 이계구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한데. “뽈리나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남편이 아닌 의사 도른(김수로/이윤건 분)을 좋아한다. 도른도 뽈리나를 싫어하지 않지만 목을 매는 쪽은 뽈리나다. 이렇다 보니 남편들과 호흡을 맞출 때에는 늘 냉정함을 깔고 무표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두 배우와는 각각 조금씩 표현이 다를 수 있을텐데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극 ‘갈매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갈매기’는 워낙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라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랐던 것을 안다. 개인적으로 참여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나도 정말 좋아해서 여러 번 관람했었다.”
-‘갈매기’를 꼭 봐야할 이유가 있다면. “공연 예술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러시아의 대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 하나쯤은 봤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순재 선생님의 연출과 화려한 출연진만으로도 보러 오시라고 말하고 싶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