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된 최지만은 내년 시즌 주전 경쟁에 청신호를 켰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피츠버그는 1루수 자리가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다. 1년 내내 선수를 돌아가면서 기용했지만, 누구도 자리 잡지 못했다"며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더라도 최지만이 주전으로 들어가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 시즌 선발로 출전한 적 있는 피츠버그 1루수는 무려 9명이었다. 이 중 기회(82경기)가 가장 많았던 마이클 차비스는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다. 두 번째로 많은 34경기를 1루수로 뛴 쓰쓰고 요시토모는 지난 8월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이 밖에 조시 반미터(17경기)와 잭 콜린스(7경기)가 FA, 블라이 마드리스(8경기)가 웨이버 클레임으로 팀을 옮겼다. 무주공산이 된 피츠버그 1루는 보강이 필요한 첫째 포지션이었다.
최지만은 탬파베이에서 입지가 애매했다. 올 시즌 팀 내 최다인 92경기를 선발 1루수로 뛰었지만, 플래툰 시스템(투수 유형에 따라 타자를 다르게 출전시키는 방법)을 적용받았다. 왼손 투수가 나오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시즌 419타석 중 왼손 투수를 상대한 비중이 13.6%(57타석)에 불과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반쪽짜리 선수'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송재우 위원은 "피츠버그에선 탬파베이와 달리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초반에 주지 않을까 싶다. 그럴 때 뭔가 보여주면서 출전 시간을 늘려가는 게 중요할 거 같다"며 "합리적인 금액(2022년 연봉 320만 달러·42억원)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데려왔을 거다.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고 했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 시즌 피츠버그 1루수 DRS(defensive runs saved) 총합이 –2로 내셔널리그 15개 구단 중 12위 머물렀다. DRS는 수비로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비력이 좋다는 의미다. 최지만의 수비가 A급은 아니지만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스몰마켓 피츠버그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다.
최지만으로선 몸값을 높일 좋은 기회다. 최지만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경기를 많이 뛰면서 누적 스탯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반쪽짜리 선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피츠버그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말콤 누네스(21)가 빅리그 데뷔를 눈앞에 뒀다. 누네스는 올 시즌 더블A와 트리플A에서 타율 0.262(416타수 109안타) 23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MLB 닷컴은 최지만이 누네스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예비 FA인 최지만을 이용해 누네스의 빅리그 데뷔 시간을 버는 셈이다. 결과에 따라 최지만과 피츠버그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
마이너리그 싱글A 투수 잭 하트만(24)을 주고 최지만을 받은 벤 셰링턴 피츠버그 단장은 "최지만이 우리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출루 능력이 있는 왼손 타자, 좋은 수비수, 팀원으로서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12일 귀국한 최지만은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