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지난 11일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6년 장원준 이후 6년 만에 나온 국내 투수 수상자다. 그는 올 시즌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에 이은 리그 2위 투수였다.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 153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과 승률 2위를 기록했다. 안우진이 경기 외적 이유로 수상하지 못했고, 그러면서 상은 김광현에게 돌아왔다.
김광현은 시즌 내내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MLB) 경험자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KBO리그 역대 최고액인 4년 151억원에 계약했고, 역대 최고 연봉인 8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았다.
투구도 특별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여전히 시속 144.9㎞에 달했지만, 직구(구사율 27.6%·이상 스포츠투아이 기준)보다 변화구를 더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거의 한 시즌 내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팀 리더 역할도 완벽했다. 1승을 거둘 때마다 팬들에게 자비로 특별한 선물을 전달하는 'KK 위닝플랜' 이벤트를 했다. 지난해 고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흔들렸던 SSG 마운드는 김광현 덕분에 중심을 잃지 않았다. 조웅천 투수 코치는 “김광현이 오면서 마운드가 안정감이 생겼다”고 했다. 벤치에서 응원단장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주축으로 뛰었다.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뛰는 건 실패했지만, 통산 평균자책점이 2.97일 정도로 투구의 질이 뛰어났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마친 지난겨울, 역대 최고대우를 받고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김광현은 한국시리즈(KS) 6차전을 앞두고 “정말 걱정을 많이 한 해였다”라고 돌아봤다. 정규시즌 177과 3분의 1이닝(리그 9위)을 소화한 그는 KS까지 총 184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MLB 월드투어까지 참여했다면 190이닝까지도 넘길 수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던 2년 동안 코로나19와 팀 내 경쟁으로 풀타임 선발을 뛰지 못했고, 직장 폐쇄로 한국 행을 결정하면서 스프링캠프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훈련량은 몇 개월 동안 팀 훈련을 소화했던 동료들에 미치지 못했다.
악조건 속에서 김광현은 '클래스'를 보여줬다. KS에서 완벽한 호투를 펼쳤던 건 아니지만, 5차전 선발 등판 후 6차전 연투하면서 통산 세 번째 '헹가래 투수'로 팀 우승을 결정지었다.
최동원상 수상은 완벽했던 한 해의 화룡점정이었다. 김광현은 "최동원상은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한 획을 그은 대투수의 이름을 딴 상이라 그 어떤 상보다 영광"이라며 "최동원 선배님의 열정적인 노력과 투구를 보며 자랐다. 올해 KS 5차전에 이어 6차전에 등판한 원동력도 최동원 선배를 보고 자란 덕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광현이 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한다면 내년에는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 대신 더 나은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 힘으로 붙던 예전과 달리 노련해진 투구 스타일도 그가 '롱런'할 수 있는 이유다. 부상만 없다면 내년 시즌에는 올해 최종전에서 실패한 통산 150승 달성을 넘어 정민철의 161승(역대 2위) 기록도 경신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