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김택형(26·SSG 랜더스)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11월에도 김택형은 리그 어떤 불펜 투수보다도 완벽한 호투를 펼쳤다.
김택형은 2022 한국시리즈(KS)의 '키맨' 중 하나였다. 시리즈 6경기 중 5경기에 나왔고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3차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등판했고, 가장 위기 상황일 때 등판했다. 멀티 이닝과 연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플레이오프(PO) MVP(최우수선수)이자 정규시즌 타격 5관왕을 차지하고 MVP 수상이 유력한 이정후를 시리즈 4타수 1안타로 묶었다. 특히 6차전에서는 키움이 마지막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었던 8회 초 2사 때 올라와 이정후에게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시즌 내내 불펜 불안으로 고민했던 SSG가 KS를 안정적으로 치렀던 건 위기마다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한 김택형 덕분이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4.92로 부진했던 김택형의 활약은 훈련 기간 준비한 슬라이더 덕분이다. 정규시즌 김택형의 약점은 직구였다. 평균 시속 143.1㎞(스포츠투아이 기준)로 빨랐지만, 피안타율이 0.302에 달했다. 대신 슬라이더가 그를 도왔다. 피안타율이 0.111에 불과해 주 무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KS까지 3주. 김택형은 강점에 집중했다. 김택형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키움에 좌타자들이 많으니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던지려고 훈련했다”며 “마음대로 스트라이크도 던지고, 유인구로도 뺄 수 있게 제구에 중점을 뒀다"고 떠올렸다. 이정후 역시 좌타자였고, 김택형의 전략도 통했다. 그는 "KS 동안 (이)정후를 삼진 잡았던 게 가장 기억난다. 정후를 잡은 게 전체 시리즈가 좋게 흘러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돌아봤다.
시즌 마무리는 좋았지만, 그는 정규시즌 좋은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다. 빠르게 15세이브를 달성하며 선두에 올랐지만, 이후 부진과 부상으로 마무리에서 물러났다. 필승조로도 흔들렸다. 구위는 좋았지만, 주자를 쌓고 장타를 허용하면서 실점이 계속 늘어났다. 김택형은 “당시에는 힘든 것도 모르고 던졌다. 그런데 부상이 찾아오면서 안 좋아졌다"며 "회복하는 동안 투구폼 교정에 중점을 뒀다. 필요 이상으로 숙여지는 부분을 원상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김택형은 김원형 감독의 KS 승부수였고, 그만큼 김 감독은 그의 호투를 기뻐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는 "(김)택형이가 이제 야구를 좀 하는데, 입대하게 됐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택형도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야 야구를 잘하게 됐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자신감도 심어주셨고, 안 좋을 때는 쓴소리도 해주셨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택형은 입대를 눈앞에 뒀다. 상무에 지원했고, 서류 합격 후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택형은 “입대하게 된다면 선발로 한번 뛰어보고 싶다”며 “(선발로 잘 던지려면 지금보다 )컨트롤과 체력을 쌓아야 한다"며 "(김)광현이 형을 롤모델로 삼고 복무 기간에도 연락드리면서 많이 배우겠다”고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