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잉글랜드와 20위인 이란은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양 팀은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이 속한 B조에는 미국과 웨일스가 함께 묶였다. 잉글랜드가 ‘1강’, 나머지가 ‘3중’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이 없는 만큼, 토너먼트에 진출할 2개 팀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휘하는 잉글랜드는 우승을 꿈꾼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유독 월드컵과 연이 없었다. 4강 문턱에서 자주 미끄러진 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위를 거둔 바 있다.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에서 우승한 잉글랜드는 무려 56년 만의 월드컵 정상 복귀를 노린다.
잉글랜드는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 중 선수단 가치가 가장 높다. 초호화 스쿼드 안에서도 해리 케인(토트넘)을 중심으로 한 막강한 공격진이 최대 강점이다.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라힘 스털링(첼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 케인을 보좌한다. EPL 골든 부트만 3회 차지한 케인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는 동료들의 지원사격 속 득점왕 2연패에 도전한다.
물론 잉글랜드도 약점이 있다. 스리백을 활용하는 잉글랜드는 후방이 불안정하다.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릭 다이어(토트넘) 등이 센터백으로 나서는데, 둘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잦다. 딱히 대안이 없다는 게 잉글랜드의 고민이다.
또한 최근 좋지 않은 흐름을 깨야 한다. 잉글랜드는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를 3-0으로 꺾은 후 A매치 6경기 무승(3무 3패)의 늪에 빠졌다. 이 기간 잉글랜드는 10골이나 내줬다.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2부에 해당하는 리그B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고, 사우스게이트 감독 경질설이 돌기도 했다.
이란의 분위기는 잉글랜드와 상반된다. 이란은 올해 치른 A매치 8경기에서 5승 1무 2패를 거뒀다. 지난 9월 A매치를 앞두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한 이란은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우루과이를 1-0으로 제압하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이란은 특유의 ‘늪 축구’를 선보였다.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한 뒤 역습을 나가는 효율적인 축구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유럽파들이 버티는 이란의 최전방도 강하다. 공격을 이끄는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메디 타레미(포르투),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은 유럽 무대에서 눈부신 자취를 남겼다. 자한바크시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 아즈문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타레미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1부) 리가 도움왕 출신이다.
전력과 대표팀의 기세가 최고조인 이란은 여섯 번째 월드컵에서 역사상 첫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첫 경기부터 부담스러운 상대를 마주한 이란은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목표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이란은 잡음을 이겨내야 한다. 이란은 지난 9월 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했다. 이를 계기로 이란에서는 석 달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축구 경기 관람을 금지하는 등 차별적 현실이 지적되며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두 팀의 경기는 잉글랜드가 주도하고 이란이 버티는 형세로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잉글랜드는 데클런 라이스(웨스트햄)와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측면으로 공을 보낸 후 스털링과 포든의 드리블 능력을 활용하는 것도 이란의 촘촘한 수비를 파훼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란은 무게중심을 후방에 두고 빠른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릴 전망이다. 순간적으로 전방에 볼을 투입한 후 잉글랜드의 수비 진형이 자리를 잡기 전 측면을 활용한 전환 플레이로 골문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