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취임하자마자 양의지(35)라는 특급 선물을 받았다. 두산은 양의지와 4+2년 최대 152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152억원은 올해 초 비(非) FA 다년계약을 맺었던 김광현(SSG 랜더스·4년 151억원) 계약을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최고 규모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2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올해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까지 부진했다. 그래서 홀로 남은 중심 타자 김재환의 어깨가 매우 무거웠을 것이다. 그 외에도 부진한 선수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양의지가 들어와 타선이 굉장히 풍성해졌다고 느낀다. 기존 선수들이 짐을 조금씩 양의지에게 내려놓는다면 더 편하게 타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두산이 양의지에게 152억원을 안겨준 건 그가 공격까지 갖춘 역대 최고의 포수이기 때문이다. 골든글러브 수상이 7회에 달하고 올해도 유력하다. 통산 타율 0.307 228홈런을 기록 중인데, 2015년 이후로 한정하면 타율 0.322에 OPS(출루율+장타율)는 0.953에 달한다. 방망이만으로도 리그 정상급이다.
어느 팀이든 슈퍼스타가 필요하지만, 두산은 양의지가 특히 절실했다. 두산은 지난 몇 년간 민병헌·김현수·최주환·오재일·양의지 등 장타자들이 FA 자격을 얻고 이적했다. 팀을 '왕조'로 만들었던 최강 타선은 갈수록 헐거워졌다. 특히 지난겨울 김재환(4년 115억원)은 붙잡았지만, 박건우가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중심타선 구성마저 어려워졌다. 김재환은 타율 0.248 23홈런으로 부진했고, 지난해 5번 타자로 활약한 양석환도 부상과 부진으로 타율 0.244 20홈런에 그쳤다. 올 시즌 두산은 젊은 타자들에게 1군 출전 기회를 많이 줬다. 그러나 이들 중 홈런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다. 결국 기존 타자들에게 견제가 집중되면서 타선이 꽁꽁 묶였다.
두산 타선이 가장 막강했던 2018년(팀 타율 0.309) 함께했고, 올해 두산으로 돌아온 고토 고지 타격 코치는 양의지가 오기 전까지 그의 '우산 효과'가 부재한 걸 아쉬워했다. 고토 코치는 최근 마무리 훈련 때 “2018년에는 김재환의 뒤에 양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타격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재환은 타율 0.334 44홈런을 기록하고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그러나 양의지가 떠난 2019년 이후 네 시즌 동안은 30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도 “(김)재환이의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다른 어린 타자들이 (받쳐줄) 힘이 아직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의지의 복귀는 천군만마다. 양의지는 3할 타율과 20홈런을 담보할 뿐 아니라 콘택트 능력도 뛰어나다. 최근 8년 타석 당 삼진 비율이 9.9%(최소 11위)에 불과하다. 그보다 삼진 비율이 낮은 선수는 이정후, 김선빈, 허경민 등 교타자들뿐이다. 선구안과 파워는 갖췄지만, 콘택트가 다소 떨어지는 김재환과 스타일이 전혀 달라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의 '롱런'도 기대했다. 최대 6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계약으로 양의지는 한국 나이 마흔둘까지 두산과 함께하게 됐다. 사실상 '종신 계약'이다.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는 지난 FA 후 NC에서 4년 동안 굉장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체력만 잘 관리한다면 분명 롱런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