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간판인 손흥민(30·토트넘)은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을 차지했고, 이전 월드컵에서만 3골을 넣었다. 절정의 기량에 오른 손흥민의 활약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대했던 이유다.
그러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 포인트를 한 나도 올리지 못했다. 골대 안으로 향하는 유효 슛도 없다. 하지만 손흥민을 나무랄 수 없다. 지난달 24일 우루과이전은 안와골절 부상 이후 3주 만에 치르는 실전 경기였다. 가나와 2차전은 마스크에 다소 적응한 듯 움직임이 가벼웠다. 부상 재발 위험에도 마스크가 비뚤어질 만큼 강하게 헤딩을 시도하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그런데도 기대 이하의 성적에 일부 누리꾼은 손흥민의 SNS(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
손흥민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다. 손흥민 특유의 폭발적인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와 슛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헛발질도 했다. 안와골절 부상 탓에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는 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듯 보인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어 본 축구인들은 “마스크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고, 초점이 흔들린다”라고 말한다.
상대 집중 견제가 더해져 손흥민이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가 활약하는 왼쪽은 상대의 주요 경계지역이다. 왼쪽에서 활동하는 손흥민이 역습할 때 상대 팀 2명 이상이 손흥민을 협력하여 수비한다. 수비가 쏠려 득점 기회가 더 안 나올 수밖에 없다. 풀백 수비수인 김진수까지 올라와 공격에 가담하지만, 그는 잦은 공수 전환에 체력 부담을 크게 느꼈다.
상대의 협력 수비로 애를 먹는 손흥민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오른쪽에서도 상대를 흔드는 방법이 있다. 월드컵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인 이강인(마요르카) 이재성(마인츠) 나상호(FC서울)가 많은 활동량과 날카로운 패스로 상대를 흔들며 공간을 넓혀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손흥민이 역습할 때 전방으로 함께 뛰어주며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오는 3일 펼쳐지는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은 대표팀이 ‘올인’해야 하는 경기다. 왼쪽 측면에서 고립되는 손흥민이 더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조규성(전북 현대)과 함께 투톱 공격수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홍 축구 해설위원은 “조규성이 최전방에서 싸워주고, 손흥민이 처진 스트라이커 형식으로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슛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윤 해설위원도 “손흥민을 향해 수비수들이 타이트하고 강하게 수비를 한다. 손흥민이 정상적으로 경기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미드필더들이 정교하게 패스로 연결해주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손흥민이 월드컵에 가기 전 국내 평가전에서도 전방 공격수로 뛰지 않았나. (조규성과 투톱) 기용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투혼을 발휘해서 멀티 골을 넣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