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톱 공격수’ 조규성(24·전북 현대)은 혜성같이 등장했다. 우루과이와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0-0 무)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해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작에 불과했다.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2-3 패)에서는 멀티 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2-1 승)에서도 최전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공격수다운 모습이었다. 조규성은 K리그 31경기에 출전해 17골·5도움을 기록,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FA(대한축구협회)컵에서도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FA컵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카타르 왕자’ 조규성의 인기는 상상초월이다. 우루과이전 교체 투입할 당시 중계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자, 준수한 외모와 탄탄한 외형에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월드컵 시작 전 2~3만 명이던 SNS(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는 한 달도 안 돼 110배 넘게 늘었다.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조규성의 폭발적인 팔로워 수 증가는 말도 안 되게 잘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모뿐만 아니라 경기력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가나전에서 극적인 멀티 골을 터뜨리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최전방에서 싸워주는 ‘파이터형 공격수’ 역할로 대표팀의 공격 활로를 뚫었다. 몸싸움이 격하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체격을 가진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대 선수와 기 싸움도 상당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언쟁은 큰 화제였다.
조규성은 월드컵에서 상당한 공중볼 다툼 능력을 보였다. 김형일 축구 해설위원은 “황의조가 공간을 찾은 후 침투하는 스타일이라면, 조규성은 몸으로 버텨주며 공간을 만들어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규성의 전방 투쟁력은 기록에서 나타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공중볼 경합 성공 62.1%(18회 성공/29회 시도)를 기록하며 상당한 제공권 싸움 성공을 보여줬다.
1m85㎝·70㎏의 체격(K리그 공식 기준)을 가진 조규성은 가나전에서 모하메드 살리수(1m91㎝·82㎏, 사우샘프턴)와아마티(1m86㎝·79㎏, 레스터 시티) 등 체격이 자신보다 큰 중앙 수비수를 상대로 헤딩 슛으로만 2골을 기록했다. 포르투갈전에서도 상대 골키퍼인 디오구코스타(포르투)가 몸을 날려 겨우 막아낼 만큼 위협적인 헤딩 슛을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새로 발견한 조규성의 파이터 기질이다. 조규성은 K리그에서 17골을 터뜨리는 동안 헤딩 슛 득점은 단 2개뿐이었다. K리그에서는 몸으로 버텨주며 싸워주는 파이터형 공격수보다는 공간을 침투한 후 강력한 슛으로 득점한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리그 공중볼 경합 성공도 45.4%(106회 성공/234회 시도)였다. 월드컵에서 공중볼 경합에 더 잘 성공했다.
세계적인 수비수 사이에서 무서운 성장세와 놀라운 기량을 보인 조규성을 향한 복수 유럽 클럽의 관심도 당연한 수순이다. 튀르키예, 이탈리아, 독일 등이 조규성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팀 입장으로서는 역습에 강한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뿐만 아니라 최전방에서 싸워주며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조규성이라는 존재의 발견은 가장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