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첫 여성 사장을 배출한 데 이어 핵심 기술 개발을 이끈 인재를 과감히 발탁했다. '성별·국적 불문' '기술 인재 중시'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삼성전자는 5일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최초로 비오너가 출신 여성 사장을 배출해 주목을 받았다.
이영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 해외에서 진행한 마케팅 캠페인을 주도했다"며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011년 17위에서 2012년 9위로 도약하며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2017년 6위, 2020년 5위 등 순위가 지속해서 상승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7% 성장한 877억 달러(1420원 기준 약 124조5000억원)로 6위 토요타와의 격차를 171억 달러에서 279억 달러로 더욱 벌리며 5위를 굳건히 지켰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넘어 5G 네트워크 솔루션의 글로벌 저변 확대를 가속한 김우준 삼성전자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우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차세대전략그룹장·전략마케팅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영업·기술·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비즈니스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승진으로 차세대 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비즈니스 기반을 공고히 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의 지난해 전 세계 5G 장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중국 화웨이가 28.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1%로 에릭슨(15%)·노키아(14.9%)·ZTE(10.5%)를 추격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5G 장비 시장에서도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하기 위해 주요국 핵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지난 9월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5G 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으며, 지난달 일본 이동통신사 NTT 도코모에 5G 장비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공정 개발을 이끌어 초격차를 유지한 남석우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환경 아래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부사장 이하 2023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