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16강전을 마친 후 황희찬을 안아준 벤투 감독.(사진=게티이미지) 벤투호가 카타르에서 기적을 일궜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값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짧은 패스 플레이, 전방 압박 등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축구를 이식했다. 월드컵까지 가는 과정에서 잡음도 작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전력이 약한 아시아 팀들에는 통하지만, 월드컵 출전팀을 상대로 경쟁력이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결과적으로 벤투호는 역대 가장 안정적으로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벤투호는 4년의 결실을 봐야 할 월드컵 시작부터 풍파를 마주했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손흥민(토트넘)이 월드컵 개막을 19일 앞두고 안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일 소속팀 토트넘에서 경기 중 눈 주위 뼈 네 군데가 골절됐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챙겨 카타르로 향했으나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벤투 감독은 예비 멤버로 오현규(수원 삼성)를 데려갔다.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그러나 우루과이와 1차전을 앞둔 벤투호는 여전히 ‘완전체’가 되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카타르에 입성한 황희찬(울버햄프턴)의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다. 결국 황희찬은 가나와의 2차전까지 결장했다.
거듭 악재가 발생했다. 가나전에서는 후방의 핵심인 김민재(나폴리)가 종아리 부상 여파로 3차전에 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 종료 직전, 주심이 코너킥을 주지 않고 휘슬을 불자 항의했다. 그 결과는 레드카드였다.
앞선 2경기에서 1무 1패를 거둔 벤투호는 반드시 이겨야 했던 포르투갈전을 핵심 수비수와 수장 없이 치러야 했다. 가나전에서 퇴장당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벤치와 일체 소통할 수 없었다. 당연히 한국의 토너먼트 진출을 낙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가나전에서 주심에게 항의해 퇴장당한 벤투 감독.(사진=게티이미지) 벤투호는 보란 듯 시련을 이겨내고 기적을 썼다. 김민재의 빈자리는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채웠다.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른 시간 실점했으나, 이후 안정적인 수비를 펼쳐 포르투갈의 강공을 막았다. 벤투 감독을 대신한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는 조국을 상대로 대행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특히 용병술이 빛났다. 후반 21분 세르지우 코치가 교체 투입한 황희찬이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결승 골을 낚아챘다.
비록 한국은 6일(한국시간) 브라질에 1-4로 완패하며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마쳤지만,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벤투호를 향한 민심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놀라운 자취다.
벤투호는 월드컵 직전까지 국내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치른 월드컵 출정식은 매우 초라했다. 카타르 입성 전부터 각종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준비한 축구를 선보였다. 더불어 16강 진출이라는 목표까지 달성하며 세간의 의심을 믿음으로 바꿨다.
카타르 월드컵을 마친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열심히 준비했다. 조별리그를 굉장히 잘 치렀다고 본다. 물론 오늘(브라질전) 골을 더 넣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난 우리 팀이 여전히 자랑스럽고, 선수들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을 표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벤투호.(사진=게티이미지)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